[충청논단] 박재명 수필가
주먹으로 맞아 아프다고 느끼면 특이한 반응, 맞아도 아픔을 모르거나 지나치게 아프다면 비특이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해 겨울이 되자 전국에서 닭이며 오리, 메추리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고 야단이었다. 북방에서 내려온 철새도 발생했다는 통보가 매일 쏟아져 하루하루 긴장도의 끈이 탱탱한 날들이었다.
어느 토요일 이른 저녁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검사팀이 농장에서 간이 검사하였다. 검사 결과 다섯 마리 중에 무려 네 마리가 희미한 의양성이 나왔다고 했다. 비록 간이 검사라고 해도 일순 긴장이 감돌았다. 생각하기도 싫은 도태 처분과 수많은 인력 동원과 통제 과정을 생각하니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닭은 병든 기색 없이 멀쩡하고 알도 쑥쑥 낳는다는데 양성이라고 하니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시국이 비상 상황이라 무척 걱정했다.
정밀검사팀은 부랴부랴 현장에 가고, 초기에 필요한 물자와 사람 동원을 계획하고, 관련 기관에는 도태 준비하라고 단단히 당부했다. 그리고 재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전긍긍하면서 간이 검사가 잘못되었거나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길 기도 했다.
짧은 시간을 길게 기다리다 드디어 현장에서 연락이 왔다. 두 종류의 간이 검사 키트로 검사를 하니, 하나는 희미한 양성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반응이 없다고 했다. 농장 사정도 닭들이 죽거나 비실비실한 것조차 없다고 했다. 정황으로 봤을 때 민간 방역관이 사용한 키트가 과도하게 민감해서 일으킨 비특이 반응의 결과라고 추정되었다.
그래도 정밀검사는 필요했기에 재료를 시험실로 이송하여 검사한 결과 다음 날 음성이라고 최종 판정 났다. 하루가 참 긴 밤을 보내며 상황은 종료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민감도가 높고 정확도는 떨어지는 혼란스러운 사회인 것 같다. 정치인들의 정략적 당파 싸움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들이다. 사안마다 하나같이 민감도는 높은데, 정확도를 알 수 없는 뉴스로 하루하루가 피곤하다. 때로는 가짜 뉴스까지 버젓이 만들어 내곤 한다.
특히 지난해 연말 어수선한 정국에는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상대를 수긍하거나 받아들이는 모습은 영 볼 수 없는 대치 국면만 눈에 들어온다. 내가 믿는 쪽으로만 반응하다 보니 정확한 정보도 믿지 않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맹신하는 현상도 있으니 참 혼란스럽다.
사회현상이나 과학이나 민감도도 높고 정확도가 높으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적인 것은 민감도가 높아도 극복이 되지만, 사회적인 민감도는 고정관념의 벽에 갇혀 옳은 정보를 인정하지 않으니 문제다. 그릇된 판단과 생각과 행동이 정의인 양 당당함이 무섭다.
지금이라도 서로 대결 구도를 접고 마음을 열면 민감도와 정확도를 모두 높일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우리 모두 냉정해지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싶다. 모두에게 더 좋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민감도와 정확도를 생각하며 다 함께 힘을 합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