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원익 충남대 MBA 2학년·유한회사 아르젠터보 기술이사

청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행정도시나 산업단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청주는 훨씬 더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도시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와 청주 공예비엔날레는 청주가 자랑할 만한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동시에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와 LG에너지솔루션 이차전지 공장이 들어선 첨단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전통과 혁신, 문화와 산업이 공존하는 드문 조건을 갖춘 도시가 바로 청주다.

그럼에도 청주의 이미지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외부에는 산업도시, 행정도시의 인상이 강하고 시민들조차 청주만의 브랜드를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청년들이 즐길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머무는 도시 라기보다 스쳐 지나가는 도시라는 평가가 따른다. 이제는 도시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고, 자산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낼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문화와 산업을 연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직지와 공예가 전통을 상징한다면 반도체와 이차전지는 미래를 이끄는 동력이다. 이들을 따로 홍보하기보다 정보 혁신의 도시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낼 필요가 있다. 직지를 지식과 정보 혁신으로 해석하고 반도체 산업과 이어 붙인다면 강력한 서사가 완성된다. 문화행사에 첨단 기업이 참여한다면 청주만의 독창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둘째, 지역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청주에는 굵직한 기업들이 있지만 지역과의 연계는 부족하다. 기업이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문화와 산업 자산을 연결한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면 효과는 커질 것이다. 예컨대 반도체 기업이 직지 디지털 아카이브를 지원하면 기업은 첨단 이미지를 강화하고 도시는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Made in Cheongju 공동 브랜드로 해외 전시에 나선다면 수출과 도시 홍보를 동시에 이끌 수 있다.

셋째, 청주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일자리만으로는 청년을 붙잡기 어렵다. 창업을 지원하는 공간, 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무대, 무심천을 활용한 뮤직페스티벌과 야시장 같은 생활형 콘텐츠가 필요하다. 로컬 특산물과 문화자산을 활용한 청년 창업 브랜드가 성장한다면 청주는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넷째, 청주의 브랜드는 세계로 확장되어야 한다. 직지와 공예는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지만 활용은 제한적이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나 밀라노 디자인위크 같은 세계적 행사에 파트너로 참여한다면 직지와 공예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다. 동시에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알리는 청주 테크데이 같은 글로벌 행사를 기획한다면 청주는 문화와 기술을 함께 수출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해외 교민과 유학생, 기업을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브랜드를 확산한다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로컬 브랜딩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시민에게는 자부심을, 기업에게는 성장 기회를, 외부인에게는 매력을 주는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다. 청주는 직지의 과거와 반도체의 미래, 공예의 예술성과 청년의 에너지, 지역 기업과 세계 무대가 어우러진 자산을 이미 갖고 있다. 지금 이야말로 이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낼 때다. 산업도시라는 익숙한 이미지를 넘어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도시로 도약한다면 청주는 누구나 기억하고 다시 찾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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