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희진 충북도 교통철도과 주무관

최근 전국의 많은 기초지자체들의 농어촌버스 요금 무료화 선언이 확산되는 추세다. 도내에서도 금년 1월 진천군과 음성군에 이어 7월 보은군이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을 시작했다.

지자체들은 무료 운행이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며 요금 무료화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탄소중립 기여, 주민들의 안정적인 이동권 보장과 경제적 부담 경감 등이 기대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다.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이동권이란 교통약자가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란 교통약자들이 대중교통을 (교통비 부담 완화로) 몇 번 더 이용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가에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으며, 충청북도 역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1.9%에 달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여기에 장애인, 임산부, 어린 자녀를 둔 보호자 등 교통약자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단순히 요금이 부담스럽다기보다는 대중교통을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바닥이 낮고, 계단이 없거나 낮아 교통약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저상버스 도입률로 가늠해 볼 수 있다. 현재 도내 8개 군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10% 안팎에 머물러 있다. 다시 말해 버스 요금 무료화에도 불구하고 농어촌버스의 높은 계단과 협소하고 위험한 탑승공간은 교통약자가 버스에 오르는 것을 여전히 힘겹게 하고 있으며, 보행 보조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버스에 오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로써 보편적 복지를 의도하고 시작한 농어촌버스 요금 무료화가 차별적 복지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농어촌버스 요금 무료화를 선언한 지자체나 앞으로 선언할 지자체 모두 저상버스 도입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이다.

저상버스 도입은 우리 지자체가 교통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이 될 것이다. '모두를 위한 교통'을 말하려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통'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내년 상반기에 농어촌버스 요금 무료화를 내건 공약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저상버스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약속해주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