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국민은 없고 정쟁만이 남았다.
국가 전산망이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에도 여야는 대책 마련은커녕 '네 탓' 공방만 벌이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26일 국정자원 대전본원 5층 전산실에 있던 UPS용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행정정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가전산망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재 진압 후 시스템들이 순차적으로 재가동되고 있지만 완전 복구 전까지 국민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열린 대책 회의에서 직접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무척 송구하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정부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태에도 여야는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28일 이 대통령이 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현장 점검을 위해 대전을 방문했다.
현장을 확인한 후 여야가 내놓는 입장이 상호 비방과 책임 전가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부가 시스템 이중화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며 '윤석열 정부 책임'을 주장했다.
위성곤 위원은 "민간에겐 이중화 조치와 재난복구시스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는데 당시 정부가 공공기관은 제외했다"며 "그게 결국 오늘의 결과를 빚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현 정부의 총체적 무능으로 인한 인재'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와 행정안전부 장관 문책을 요구했다.
고동진 의원은 "과거에 이런 화재가 있었을 때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하고 행안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본인이 이야기를 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어떻게 처리할지"라고 맞받았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인 2023년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을 소환해 공세에 쓴 것이다.
국민들이 극심한 불안감과 불편함을 겪고 있음에도 국힘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갔고 대규모 장외집회까지 열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가 전산망 셧다운 사태 후 수습을 위한 필리버스터 중단을 제안했으나 송언석 국힘 원내대표는 "악법 강행처리 중단이 먼저"라며 거부했다.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힘은 서울에서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보다 싸움을 거는 데 더 치중하는 모양새다.
국가적 위기 극복에 힘을 합쳐야 할 야당은 '나 몰라라'하며 모든 책임을 여당에 미루고 있다.
국회의 본분 중 하나는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상대 당과의 싸움보다 민생이 더욱 중요하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언제쯤 깨닫게 될지 걱정스럽다.
/충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