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민경 청주시 청원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주말에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문득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다섯 테이블 중 네 테이블의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하다 말고, 각자의 휴대폰 화면에 몰입해 있었다. 창 밖에는 줄지어 서 있는 배달 기사님들이 여러 대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화와 동시에 배달 경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좀 더 쉽게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만든 도구가, 역설적으로 우리를 단절된 연결 속에 가두고, 집중해야 할 상황에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풍경이란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도 모르게 우연히 한 기사에서 ‘영츠하이머(Youngzheimer)’ 라는 신조어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젊은(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의 합성어로, 젊은 세대에서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과 과부하로 인해 심각한 건망증, 기억력 감퇴를 겪는 현상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이는 사회적 현상에서 비롯된 디지털 치매 같은 상태를 표현하고자 탄생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 열었는데 왜 열었는지 기억 안 난다’거나 ‘이 앱을 왜 켰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일상적 건망증이 젊은 2-30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데, 필자 역시 깊이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는 ‘알림 피로’라는 개념이 새로 주목받고 있는데,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울리는 알림은 뇌의 주의력을 끊임없이 분산시키고. 이로 인해 뇌의 집중 시간은 현저히 줄어든다. 일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혹시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을까?’하는 연결 강박이 뒤따른다고 한다. 연결이 끊겼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심리적 종속이 현대인의 새로운 징표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기록 자체도 개인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사진과 문서는 클라우드나 플랫폼 서버에 저장되며, 우리는 기억을 머릿속이 아닌 웹드라이브나 하드드라이브에 보관한다. 가족과 또는 친구와 갔던 여행의 기억도 모두 전자 기기의 도움 없이는 꺼내보질 못한다. 기억의 주권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뇌의 장기 기억 저장 기능이 약해지고, 가벼운 스트레스와 우울은 물론 기억력까지 손상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기기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도구를 넘어 생활 인프라다. 문제는 그것이 도구로서 존재하는가, 아니면 주인 역할을 하는가에 있다. 손끝에서 세상을 다루게 되었지만, 정작 내 눈앞의 대화와 기억은 점점 흐려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편리함의 대가로 공감과 깊이를 잃어버린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필요한 것은 조절할 수 있는 주권과 그 경계선을 다시 내 손에 되돌려 놓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구는 내 손에서 놀리는 것이지, 나의 감정과 기억까지 지배하게 둬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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