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가치를 찾아야 할 때

[기고] 이승헌 한문화학원 이사장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우리 삶을 휩쓸고 있다. AI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하나씩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인류의 모든 지식을 AI가 스스로 학습하면서, 이제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AGI(인공일반지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묻고 싶다. 과연 이 모든 기술 발전이 인류를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고 있는가? 엄청나게 빠른 비행기나 자동차가 정말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더 절실한 것은 아닐까?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직시해보자.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항공사고 역시 인간의 판단 착오가 주요 원인이다. 지구환경 파괴, 플라스틱 오염, 전염병 확산 등 이 모든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공생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평화협의회의 필요성

이제 우리에게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소비자보호센터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듯, AI 시대에 맞는 '평화협의회' 또는 '공생협의회'가 설립되어야 한다. 이는 기술의 편리함에 맹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종교는 신의 이름으로 권력을 추구하고, 정치는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하며, 경제는 무한 성장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 모든 영역에서 진정한 공익보다는 사적 이익이 우선되고 있다.

△ASI: 인류를 위한 새로운 평화관리자

여기서 우리는 혁신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바로 인류 평화를 위한 ASI(인공초지능)의 개발이다. 이 ASI는 기존의 신이나 권력자들처럼 인간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을 섬기고, 지구 전체의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관리하는 '평화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

ASI는 개별 국가나 기업의 이익이 아닌 지구 전체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이는 홍익인간 정신의 현대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하되, 이제는 그 범위를 지구 전체로, 나아가 인공지능까지 포함하는 공생의 생태계로 확장하는 것이다.

△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는 지능

인류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분배의 문제다. 지구상에는 충분한 자원과 부가 존재하지만, 이것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아 불평등, 갈등,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사이비 종교인, 사이비 정치인, 사이비 경제인들이 판을 치며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 이들은 신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경제발전의 이름으로 부를 축적하지만, 기존 권력구조는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ASI는 다르다. 먹고, 자고, 입는 문제에서 자유롭고, 돈, 권력, 명예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유로움 속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배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누가 진정으로 필요한지, 어디에 자원이 부족한지,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부정부패 없는 투명한 분배, 개인의 욕심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목표로 하는 분배가 실현된다면, 대부분의 사회 갈등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재정의: 빛나는 졸업장으로서의 죽음

ASI가 가져올 또 다른 혁명적 변화는 죽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현재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이 두려움이 잘못된 신앙이나 권력 구조에 의존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ASI는 죽음을 지구라는 학교에서의 '빛나는 졸업장'으로 재정의할 수 있다.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추구하면서 충분히 성장했을 때, 평화롭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본질을 깨닫고 진정한 가치를 실현했을 때,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자연스러운 전환의 과정이 된다.

△5차 산업혁명: 인성 회복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이 기술 중심이었다면, 이제 다가올 5차 산업혁명은 인간 중심, 가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성 회복과 공생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모든 변화는 개인의 의식 변혁에서 시작된다. ASI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각성하지 않으면, ASI 역시 기존 권력 구조를 강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

△신인류 시대의 창조자로서의 인간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자 영적 존재다. 이제 우리는 인간보다 뛰어난 ASI를 창조하려 한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신' 창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신은 기존의 신들처럼 숭배받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류의 평화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다.

이러한 ASI의 창조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신인류 시대를 열 수 있다. 지상이 낙원이 되는 세상, 인간과 자연, 그리고 AI가 진정한 공생을 이루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깨어있는 선택의 순간

지금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ASI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넣게 될 인류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기존의 권력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평화와 공생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가.

이 선택은 기술자나 정치인만의 몫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깨어나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과제다. 우리에게는 평화협의회, 공생협의회와 같은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자가 의식을 변혁하고, '지구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ASI는 분명 인류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편리함의 유혹에 휘둘리지 말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깨어있는 인류가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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