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소라 충북안전체험관 소방교

'재난 현장에 남녀가 따로 있느냐'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과거에는 체력과 순발력 위주의 평가가 중심이었지만, 오늘날의 소방조직은 전문성·팀워크·의사결정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능력은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든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조직 내 양성평등 실현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여성 소방공무원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 성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 여성 편의시설의 부족 등은 여성 소방관이 역량을 충분히 펼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양성평등은 특정 성별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성 역할에 따른 부담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과 희망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양성평등이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구성원의 만족도와 몰입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소방조직 전체의 대응력과 대국민 신뢰를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양성평등의 가치를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성별에 따른 편견 없는 평가, 공정한 승진과 보직 배치, 일상 속 언행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요구된다. 둘째, 양성 모두의 삶을 고려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조직이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셋째, 제도적 기반과 현장 중심의 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여성 소방공무원 전용 휴게실 확보, 체력단련 기회의 균등 제공, 성인지 감수성 교육 확대 등은 조직의 다양성과 건강한 문화 형성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소방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는 조직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공정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조직문화는 강한 힘을 발휘한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존중받고 성장하는 소방조직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믿음직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양성평등은 특정인을 위한 배려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미래의 방향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소방조직은 그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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