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야마나시현립박물관 공동특별전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가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의 미술과 문화를 소개하는 취지로 기획됐지만, 전시 구성과 해설문 곳곳에서 ‘후지산의 신성함’과 ‘무사정신’을 강조하면서 일부 관람객들이 “국립기관 전시로서 역사 인식과 정서적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일본을 다룬 전시’에 있지 않다. 일본의 미술과 종교, 신앙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도다.

그러나 공공기관, 그것도 국립박물관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그 기획에는 반드시 역사 인식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숙고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지점을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별전은 일본의 자연과 예술, 불교, 무사 문화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조명한다는 명분 아래 구성됐다. 특히 논란이 집중된 2부 ‘야마나시, 불교와 무사의 시대’에서는 금동보살상과 경전통, 그리고 ‘가이의 호랑이’로 불린 무장 다케다 신겐의 초상화가 전시된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불교 신앙과 무사정신을 병치한 이 구성은, 표면적으로는 역사적 풍경을 묘사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 내포된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케다 신겐은 일본 전국시대의 명장이자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는 전투 구호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무사정신은 훗날 일본 제국주의의 ‘무사도(武士道)’ 이념으로 재해석되어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인물을 ‘정신적 상징’으로 전시하는 일은 단순한 예술적 차원을 넘어선다. 역사적 맥락과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기획은 교류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일본식 정원 또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관람객이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일본 문화를 체험하게끔 연출된 마른 정원(枯山水)은 “전시 주제가 일본이라 하더라도 국립박물관 입구에 일본식 정원을 재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물관 측은 “국내 자재를 활용해 단순하고 담백하게 연출했으며, 일본 사상이나 신앙을 상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공공기관이 일본식 미학을 전면에 내세운 시점에서 이미 불편함은 불가피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교류전이며 일본 문화를 미화하거나 찬양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도와 별개로 공공기관 전시는 관람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국민이 느끼는 불편함을 “오해”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전시에는 일본 유물 운송비 약 2억원을 포함해 총 6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처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박물관의 전시는 단순한 전시 행위가 아니라 국가의 문화 메시지이기도 하다. ‘문화교류’라는 명분 아래 역사의식이 희미해지는 순간,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 또한 흔들릴 수 있다.

국립박물관이 외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그 소개의 방식이 국민의 역사적 기억과 상충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예술과 교류가 진정한 이해로 이어지려면 그 바탕에는 ‘비판적 존중’이 있어야 한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말고, 앞으로의 전시 기획 과정에서 역사 인식, 문화 감수성, 교육적 책임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다시금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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