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송남용 심리상담사
지난 칼럼에서 살펴보았듯 어려서 부모가 자녀를 과보호(애정욕구의 과다충족)할 경우 그 자녀는 자신이 특별하고 우월하고, 최고라는 특권의식틀과 우월의식틀 그리고 최고틀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매사 특별한 대우를 받고자 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빈축을 살 수 있으며 또 우월하고 최고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그렇지 못한 환경에 처할 경우 심한 좌절과 우울에 빠질 수 있고 심지어는 생을 마감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부모의 과보호로 인해 형성되는 틀은 우월의식틀과 최고틀만이 아니다. 무능력틀(부족한 문제해결력틀), 무책임틀, 비도전틀, 비타협틀, 그리고 비공감틀도 형성될 수 있다.
필자는 은퇴 후 얼마의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다. 이른바 노가다 일도 해보았고, 야간 물대포 청소와 생산직 일도 해보았다. 또 5일 장을 찾아다니며 빵 장사도 해보았다.
필자는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이 참 재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가 있고 잘된 일은 빵 파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그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빵을 파는 일 이외의 손으로 하는 일은 재미는 있는데 잘되지는 않았다. 당시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보았다. 한 가지는 필자의 재능이 이과 쪽보다는 문과 쪽이어서 그렇지 않았나 싶었고 또 한 가지는 그 같은 일들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부모로부터 과보호를 받고 자란 자녀에게 여러 부적응적 심리틀이 형성되는 원인 역시 그 같은 이치와 비슷하다. 즉 부족한 문제해결력틀과 비도전틀은 태어날 때부터 문제를 해결하고 또 도전하는 능력이 조금 떨어진 탓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자라면서 부모가 모든 문제를 다 알아서 해결해주곤 하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또 문제에 대해 도전해본 경험이 없어 그 같은 틀이 형성된다.
무책임틀 역시 자녀가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을 부모가 매사 다 알아서 책임을 져주곤 하여 형성되고, 비타협틀도 어려운 일을 타인과 머리를 맞대고서 함께 해결해본 적이 없어 형성된다. 비공감 틀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일을 당해봄으로써 타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형성되는 데 부모가 어려운 일을 차단함으로써 그 같은 틀이 형성된다.
K 여인의 오빠는 친척의 도움으로 취업을 하곤 했으나 채 한두 달을 버티기가 어렵다. 이유는 일 처리를 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또한 일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올케가 벌어 가정을 꾸려나가고, 자녀들도 혼자 키우다시피한다. 주변에서는 그를 백수라고 말한다. 그런 탓에 K 여인은 올케 보기가 늘 민망하다.
K 여인의 오빠는 외아들로 어려서 부모가 ‘오냐오냐’ 하면서 그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었다고 한다. 이른바 부모의 과보호를 받고 자란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