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마이크로파 기술로 제조시간 30배 단축
1400℃ 대신 1200℃…에너지 소비 대폭 절감
그린수소 상용화 앞당길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는 차세대 청정에너지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그 생산 과정에는 높은 온도와 긴 제조 시간이 뒤따른다. 그러나 KAIST 연구진이 이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KAIST는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이 단 10분 만에 고체산화물 전해전지(SOEC, Solid Oxide Electrolysis Cell)를 완성할 수 있는 초고속 마이크로파 소결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기술은 기존 6시간 이상 걸리던 고온 소결 과정을 단축했을 뿐 아니라, 제조 온도도 1400℃에서 1200℃로 낮춰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였다.
전해전지의 핵심 공정인 '소결(sintering)'은 세라믹 분말을 고온에서 구워 전극과 전해질이 빈틈없이 결합되도록 만드는 단계다. 이 과정이 완벽해야 전지가 가스를 새지 않고, 수소와 산소가 섞이지 않으며, 내부의 이온 이동이 원활해진다. 즉, 소결의 정밀도가 전지의 수명과 효율을 결정짓는다.
연구팀은 '체적가열(Volumetric Heating)'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문제를 풀었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재료 내부부터 균일하게 가열하는 방식으로, 기존처럼 외부에서 열을 전달하던 비효율적인 공정을 대체했다. 그 결과 소결 시간은 36.5시간에서 70분으로 단축됐고, 내부 결합 밀도는 기존 대비 크게 향상됐다.
또 세리아(CeO₂)와 지르코니아(ZrO₂)라는 핵심 재료가 지나친 열로 뒤섞이는 기존의 단점을 해결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파를 통해 재료를 균일하게 가열함으로써 두 물질이 혼합되지 않고 견고하게 결합하도록 제어했고, 그 결과 균열 없는 치밀한 전해질층을 구현했다. 이로써 전지는 750℃ 환경에서도 분당 23.7mL의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며, 250시간 이상 지속 작동하는 높은 내구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3차원 디지털 트윈 분석(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초고속 가열 과정이 전해질의 구조적 결함을 줄이고, 연료극 내부의 산화니켈 입자 성장을 억제해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강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체산화물 전해전지 제조의 시간과 에너지 장벽을 동시에 낮춘 성과"라며 "그린수소의 대량 생산과 상용화를 앞당길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은 제조 속도뿐 아니라 재료의 품질과 전지의 안정성을 함께 확보한 새로운 생산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기계공학과 유형민, 장승수 박사과정생이 공동 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IF 26.8) 10월 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 성과는 기술적 파급력을 인정받아 표지논문(Inside Front Cover) 으로 선정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H2 Next Round 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 기초연구실(GRL) 지원으로 수행됐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