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동호 청주시 청원구 민원지적과 가족관계등록팀장 

최근 몇 년 사이 ‘귀농·귀촌’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흐름이기도 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여전히 제도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제는 귀농을 단순한 정착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균형 발전의 전략으로 바라볼 때다.

현재 귀농 정책의 핵심은 ‘초기 정착 지원’에 맞춰져 있다. 창업자금, 주택 구입비, 교육 프로그램 등은 귀농 초기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정착 이후의 지속적인 소득 기반 마련이나 지역사회와의 관계 형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많은 귀농인이 3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단순히 ‘귀농 인원수’를 늘리는 것보다, ‘정착 성공률’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 중심형 교육 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귀농 교육은 아직도 이론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농업 기술보다 마케팅, 유통, 지역 협동조합 운영 등 복합적 역량이 더 중요하다. 농업을 생계의 수단이자 비즈니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 멘토링과 창농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지역 맞춤형 귀농 모델의 구축이 절실하다. 전국의 농촌이 모두 같은 여건을 가진 것은 아니다. 작물, 토양, 기후, 시장 접근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귀농 전략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 단위의 ‘귀농 전략지도’를 만들어, 어떤 작목이 유망한지,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를 체계적으로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와의 연결망 강화도 중요하다. 귀농인이 마을에 들어와도 ‘외지 사람’으로 남아버리면 공동체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행정이 단순한 지원금 전달자가 아니라,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귀농인이 지역 청년, 기존 농민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협업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상호 신뢰와 경제적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귀농 정책은 ‘사람을 보내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일시적 인구 이동이 아니라 장기적 지역 정착을 목표로 삼을 때, 귀농은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이를 위해 주거·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환경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서 농촌이 매력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

귀농은 단순히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균형 발전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회적 투자다. 정부는 귀농을 하나의 정책 과제로만 보지 말고, 인구정책·농업정책·지역정책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 도시의 과밀을 완화하고, 농촌의 활력을 되살리는 일,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이 바로 귀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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