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근육 통합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

[기고] 황채영 고려대학교 이학박사·충남대학교 MBA 재학

전 세계 비만 인구 증가와 함께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대사질환 위험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와 같은 주 1회 자가주사제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복용 편의성과 체성분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구용 및 장기지속형 제형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 1회 주사제 넘어…복용 편의성 높인 '경구용·장기지속형'이 대세

주사에 대한 부담과 복약 순응도 문제로 환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및 국내 제약사들은 경구용 치료제 신약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작용제인 '오포글리프론(Opagliphron)'은 임상 3상에서 우수한 체중 감량 및 안정성을 입증했으며, 노보 노디스크 역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경구용 버전으로 약 15% 내외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출시를 준비 중이다. 또한 월 1회 또는 그 이상의 주기로 투여가 가능한 장기지속형(GLP-1 계열 등) 제형은 복약 편의성과 치료 지속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암젠, 노보 노디스크, 일라이 릴리 등 주요 제약사들은 GLP-1, GIP, Glucagon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또는 삼중 작용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일라이 릴리의 삼중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임상에서 약 24%의 체중 감소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 다이어트 약물 아니다…MASH 등 '복합 대사질환 치료제'로 진화

비만 치료제의 적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위고비는 올해 미국 FDA에서 중증 간질환인 MASH 치료제로 가속 승인을 받았다. 이는 비만 치료제가 단순 체중 조절이 아니라 간질환 등 복합 대사질환의 치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은 2030년 150조 원 이상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 연구에서 감량된 체중의 약 25~40%가 근육 손실로 나타났고 근력이 함께 감소하는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이는 “얼마나 줄였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줄였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감량 후 '근손실' 부작용 직면… 해법은 병용·근감소증 치료제와의 전략적 결합

일라이 릴리는 근육 보존 신약 비마그루맙과 GLP-1 병용 임상을 통해 감량 체중의 90~95%가 지방 감소임을 확인했다. 근육 손실 없이 체성분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강한 시사점을 주었다. 국내에서도 근감소증 치료 기술 개발과 병용 전략을 통한 차별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GLP-1과 근육 대사 조절 파이프라인을 결합해 플랫폼 수준으로 발전시킬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비만 치료제는 더 이상 다이어트 약물이 아니다. 체중, 근육, 대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지금 이 시장은 단순 감량 시대에서 근력 및 근육 보존 성공 여부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변화의 정중앙에 서 있는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답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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