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관탁 충북경제자유구역청 개발사업부 주무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토목직 공무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신입으로서 모든 게 낯설고 배우는 것조차 벅찼지만,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점은 분명했다. 여전히 성별에 따라 역할이 구분되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회의 준비나 기록은 여성 직원이 맡고, 현장 점검이나 야외 업무는 남성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도 그런 관행을 의심하지 않았고, 필자 역시 처음에는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성별과 상관없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이 필요한 기록 업무를 남성 직원이 맡았을 때 오히려 효율이 높아지기도 했고, 현장 점검에서도 여성 직원의 세심한 시선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중요한 건 성별이 아니라, 누가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구분이 누군가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는 회의 준비나 자료 정리에도 적극 참여했고, 야외 업무 역시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나서려 노력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동료들도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생기자 팀워크가 훨씬 좋아졌다. 작은 행동의 변화가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데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는 걸 느꼈다.

집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집안일을 어머니가 도맡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정도 하나의 공동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주말마다 청소를 같이 하거나 식사 준비를 함께 하면서 가족 간 대화가 많아졌고, 서로의 수고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성별에 상관없이 책임을 나누는 것이 결국 모두를 편하게 하고,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직접 체감했다.

양성평등은 제도적인 장치나 법률 속에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생활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동료를 대하는 태도,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 일상적인 대화 속의 표현 하나까지도 평등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된다.

청년 공무원으로서 나는 이런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눈앞의 작은 실천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 양성평등은 특정 성별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모두가 공정하게 살아가기 위한 우리 사회의 약속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평등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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