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형성 방식 바꾸는 구조 혁신
비침습 의료기술 상용화 가능성 확대
웨어러블 의료기기 시장 경쟁력 제고

▲ Flex-to-rigid(FTR) CMUT의 설계와 응용
▲ Flex-to-rigid(FTR) CMUT의 설계와 응용

몸에 밀착되는 초음파 장비의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신기술을 KAIST가 공개했다.

기존 센서가 출력이 약하고 형태가 쉽게 흔들려 고해상도 영상이나 치료용 시스템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KAIST 연구팀이 곡률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유연 초음파 센서로 정면 돌파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이현주 교수 연구팀은 반도체 웨이퍼 공정(MEMS)을 활용해 단단함과 유연함을 하나의 구조에서 구현하는 'FTR(Flex-to-Rigid)' 초음파 트랜스듀서(CMUT)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사용 부위의 형태에 맞춰 센서를 구부리고, 다시 필요한 형태로 고정할 수 있어 기존 초음파 센서의 제약을 크게 줄였다.

▲ 왼쪽부터 이현주 교수, 이상목 박사, 샤오지아 량 박사과정
▲ 왼쪽부터 이현주 교수, 이상목 박사, 샤오지아 량 박사과정

연구팀은 저융점 합금(LMPA)을 소자 내부에 삽입해 전류를 가하면 금속이 액체처럼 흘러 곡률을 바꾸고, 냉각하면 다시 고체로 굳어 원하는 모양을 유지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 방식은 센서의 형태와 초점 위치를 기계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별도의 복잡한 신호 조정 장치 없이도 특정 부위에 초점이 자동 형성되는 특징을 지닌다.

기존 폴리머 기반 초음파 센서는 낮은 탄성 특성 때문에 충분한 음향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어려웠고, 진동 시 초점이 흐려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또 곡률 조정 자체가 불가능해 신체 부위별 맞춤형 초점 생성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 Joule heating을 통한 저융점 합금(LMPA) 상변화를 기반으로 한 FTR CMUT의 곡률 조절
▲ Joule heating을 통한 저융점 합금(LMPA) 상변화를 기반으로 한 FTR CMUT의 곡률 조절

이현주 교수팀의 FTR 구조는 실리콘 기판의 견고함과 엘라스토머 브리지의 유연함을 결합해 출력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반복적인 굽힘에도 전기적·음향적 안정성이 유지됨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번 기술이 생성하는 출력은 조직을 자극해 치료 효과를 내는 저강도 집속 초음파(LIFU) 수준 이상으로 측정됐다. 수술이나 절개 없이 염증을 완화하고 신경·장기를 안전하게 자극할 수 있는 비침습 의료기술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게 열렸다.

연구팀은 이 센서를 동물 모델에 적용해 비장(spleen)을 비침습적으로 자극했고, 관절염 모델에서 염증이 줄고 보행 기능이 회복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영상과 치료를 동시에 구현하는 차세대 스마트 의료기기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향후 연구팀은 1차원 배열을 넘어서 2차원 배열 초음파 소자로 확장해 고해상도 영상과 치료 기능을 동시에 갖춘 시스템을 구현할 계획이다. 반도체 공정과 호환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점도 웨어러블·재택 의료용 초음파 기기의 상용화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이번 연구에는 이상목 박사와 샤오지아 량(Xiaojia Liang) 박사과정이 공동 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npj Flexible Electronics(IF 15.5) 10월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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