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바야흐로 우리는 정보화 사회를 넘어 디지털 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기에 디지털의 미래 사회는 그 변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오늘날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SNS), 숏폼(짧은 영상)과 같은 기기들이 현대인의 학습이나 생활에 유용한 도구로 자리하고 있다. 이로써 사람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디지털 기기와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이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부작용이 따른다는 연구 결과들이 늘고 있다. 무릇 디지털 콘텐츠는 뇌의 도파민 보상 체계를 자극해, 이를 사용하면 짧고 강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이러한 현상은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들거나, 칭찬을 받을 때 혹은 성취감을 경험하면서 일어난다. 본래 도파민이란 ‘인간의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로, 이는 보상과 쾌락에 깊게 관여한다. 그러므로 어떤 자극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전에 하던 일들이 어느 순간 시들해지고, 새로운 자극을 좇으려 한다. 때문에 이를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못하고, 같은 행동이 일상화된다. 게다가 자극의 정도가 너무 강하게 반복되면, 도파민이 급격히 분비되어 결국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렘키(Anna Lembke) 미 스탠퍼드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는 ‘디지털 도파민을 24시간 공급하는 현대판 피하주사기’로, 일단 중독이 되면 행복을 느낄 수 없으며, 뇌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바꾼다’고 경고하였다.
물론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로, 자신이 즐기고 원하는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이다. 하지만 어떤 쾌락의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에 고통과 같은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져, 통제 불가능한 자극에 노출되기 쉽다.
그 결과 집중력 약화, 수면 부족, 우울증 증가는 물론 사회적 관계의 결여로 고립된 생활 등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들은 학습 능력이 저하되고, 조직은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은 하루에 많은 시간을 디지털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필요한 것이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다. 이는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게임 등 기기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헤아려 보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완전히 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단계적으로 줄이고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디톡스의 루틴을 마련하여 실천함이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너무 과하지 않게 사용하고, 식사 시간엔 이를 멀리 두거나 취침 한 시간 전까지만 사용 해보는 것이다.
이 밖에 하루 중 특정 시간대를 디지털 프리타임(free time)으로 정하여, 이 시간엔 모든 디지털 대신 독서, 운동, 취미활동 등으로 전환해 보는 것이다. 그리하면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으로 이어질 수가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와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져 더 나은 사회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한 사용자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이는 오늘의 디지털 과의존 현상이 단순히 개인의 습관의 문제는 아니라 교육시스템, 콘텐츠 산업, 기술발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유기적으로 연대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조치가 보다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