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소비재 시장 공략 전략 재편
지역 기업 포트폴리오 확대
해외 유통 기반 강화를 위한 체계 구축
대전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이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무역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도 아세안 국가들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어, 지역 기업들이 수출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3일 롯데시티호텔 대전에서 진행된 '2025 아세안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와 대전시가 힘을 모아 마련한 이번 상담회는 지역 기업들이 해외 유통 기반을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대전 수출 전략의 방향성을 다시 정의하는 자리로 작동했다.
대전 산업의 대표 축으로 자리잡은 반도체·AI·우주·의료 분야와 더불어, 이번 상담회에서는 화장품·식품·헬스케어 등 소비재 기업들의 움직임이 특히 주목됐다. 아세안 지역의 중산층 확대와 구매력 증가에 대응해 대전 기업들은 기술 중심 산업과 소비재 산업을 균형 있게 구성하는 방식으로 수출 전략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 수출 포트폴리오가 단일 산업에 묶이지 않고 다층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상담회에서는 243건의 상담이 진행되며 약 8300만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논의가 오갔다.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금액도 1700만달러 수준으로 전망되며 현장에서 체결된 협약 역시 5건, 55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에이엠은 인도네시아 바이어와 화장품·떡볶이 제품 유통 협약을 맺었고, ㈜고혼진리퍼블릭은 베트남 시장 확대를 위한 유통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실제 성과가 잇따랐다. 이는 지역 기업들이 시장의 지속성·유통 안정성 확보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번 상담회의 실효성은 사전 수요 분석과 바이어 맞춤 매칭, 현장 통역 및 운영 지원, 상담 이후의 관리까지 연결된 구조에서 비롯됐다. 해외 판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경험해 온 초기 상담 이후의 공백을 줄이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향후 실제 수출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대전의 수출 전략은 앞으로 산업별 경쟁력과 정책 지원을 하나의 구조로 엮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 기반 산업과 소비재 기업을 구분해 접근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을 활용한 제품 고도화, 국가별 맞춤형 제품 개발 등 융합 전략이 요구된다. 여기에 대전테크노파크, 한국무역협회, KOTRA, 대전시가 보유한 해외 네트워크와 지원 프로그램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한다면, 지역 기업의 해외 확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절을 줄이고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 시장 내 장기 거점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이나 싱가포르 등에 공동 쇼룸이나 테스트 매장을 운영하고, 현지 파트너와 연계한 유통 플랫폼을 마련할 경우 대전 기업의 시장 진입부터 확장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안정적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방식은 개별 기업의 수출 활동을 넘어 도시 단위의 수출 전략을 체계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김용태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은 "아세안은 지역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며 후속 상담과 해외 유통 확대 지원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상담회는 단기 성과보다, 대전이 수출 전략을 체계적으로 고도화하고 산업 전반을 글로벌 가치사슬로 편입시키는 방향을 제시한 전환점으로 의미가 크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