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염색 없는 전 스펙트럼 섬유 기술
대사공학 기반 색소 생산·분비 기술
셀룰로오스 합성과 동시 진행되는 단일 공정
화학 염색을 대체할 지속 가능한 제조 체계
KAIST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색소를 생성하는 대장균과 박테리아 셀룰로오스 생산균을 하나의 배양계에서 동시 운전하는 공배양 플랫폼을 구축해, 전 스펙트럼 색상을 갖춘 친환경 섬유를 단일 공정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섬유 생산·염색·후처리로 분리돼 있던 공정을 생물제조 하나로 통합한 사례로, 화학 기반 염색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확인됐다.
기술의 핵심은 색소 생합성 경로와 세포막 수송 시스템을 정밀 개량한 대장균 균주다. 기존 대장균은 색소가 세포 내부에 축적되면서 성장 부담이 컸지만, 연구팀은 세포막 조성 및 분비 경로를 조절해 색소가 세포 밖으로 빠르게 배출되도록 설계했다. 이 색소는 동일 배양계에 존재하는 셀룰로오스 미생물의 섬유 구조와 자연적으로 결합해, 별도 염색 없이 착색 섬유가 형성된다.
연구팀은 적색·주황·황색·녹색·청색·남색·자색을 포함한 무지개 전 색상의 섬유를 구현했다. 특히 분자 구조가 복잡해 합성이 어려운 보라색 계열 색소(비올라세인·디옥시비올라세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16.92 g/L)을 달성하며 플랫폼의 기술적 성숙도를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염료와 독성 시약에 의존해온 기존 염색 공정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섬유 제조로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 기술 대안으로 주목된다. 또 기능성 생체소재·웨어러블 바이오섬유·의료용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확장성을 보여줬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친환경 섬유와 바이오 소재 수요가 확대되는 시대에 핵심 제조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별도의 화학 공정 없이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한 단계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KAIST 주항서 박사과정생이 1저자로 참여한 논문으로 11월 12일 'Trends in Biotechnology'에 실렸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