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염색 없는 전 스펙트럼 섬유 기술
대사공학 기반 색소 생산·분비 기술
셀룰로오스 합성과 동시 진행되는 단일 공정
화학 염색을 대체할 지속 가능한 제조 체계

▲ 색이 입혀진 무지개색 박테리아 셀룰로오스(미생물 섬유)
▲ 색이 입혀진 무지개색 박테리아 셀룰로오스(미생물 섬유)

KAIST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색소를 생성하는 대장균과 박테리아 셀룰로오스 생산균을 하나의 배양계에서 동시 운전하는 공배양 플랫폼을 구축해, 전 스펙트럼 색상을 갖춘 친환경 섬유를 단일 공정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섬유 생산·염색·후처리로 분리돼 있던 공정을 생물제조 하나로 통합한 사례로, 화학 기반 염색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확인됐다.

기술의 핵심은 색소 생합성 경로와 세포막 수송 시스템을 정밀 개량한 대장균 균주다. 기존 대장균은 색소가 세포 내부에 축적되면서 성장 부담이 컸지만, 연구팀은 세포막 조성 및 분비 경로를 조절해 색소가 세포 밖으로 빠르게 배출되도록 설계했다. 이 색소는 동일 배양계에 존재하는 셀룰로오스 미생물의 섬유 구조와 자연적으로 결합해, 별도 염색 없이 착색 섬유가 형성된다.

▲ 연구팀, 오른쪽부터 KAIST 이상엽 교수, 핑신 린(Pingxin Lin) 박사과정, 저우 헝루이(Zhou Hengrui) 박사과정
▲ 연구팀, 오른쪽부터 KAIST 이상엽 교수, 핑신 린(Pingxin Lin) 박사과정, 저우 헝루이(Zhou Hengrui) 박사과정

연구팀은 적색·주황·황색·녹색·청색·남색·자색을 포함한 무지개 전 색상의 섬유를 구현했다. 특히 분자 구조가 복잡해 합성이 어려운 보라색 계열 색소(비올라세인·디옥시비올라세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16.92 g/L)을 달성하며 플랫폼의 기술적 성숙도를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염료와 독성 시약에 의존해온 기존 염색 공정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섬유 제조로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 기술 대안으로 주목된다. 또 기능성 생체소재·웨어러블 바이오섬유·의료용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확장성을 보여줬다.

▲ 무지개 색상 박테리아 셀룰로오스 원스텝 생산을 위한 미생물 기반 플랫폼 모식도
▲ 무지개 색상 박테리아 셀룰로오스 원스텝 생산을 위한 미생물 기반 플랫폼 모식도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친환경 섬유와 바이오 소재 수요가 확대되는 시대에 핵심 제조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별도의 화학 공정 없이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한 단계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KAIST 주항서 박사과정생이 1저자로 참여한 논문으로 11월 12일 'Trends in Biotechnology'에 실렸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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