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류영선 한국농어촌공사 진천지사장
충북 진천군의 백곡저수지는 오랜 세월 동안 지역 농민들의 삶을 지탱해 온 든든한 농업기반시설이다.
매년 수많은 농경지에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며 진천지역의 풍요를 이끌어 온 이 저수지가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단순히 물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시설을 넘어 농촌의 에너지 전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백곡저수지 소수력발전소가 있다. 소수력발전은 물의 낙차와 유량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재생에너지 방식이다. 대규모 댐 건설이나 토지 훼손 없이 기존의 농업기반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
백곡저수지 소수력발전소는 농업용수 공급 과정에서 생기는 낙차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돼 환경 훼손 없이 농업 기반을 에너지 생산 인프라로 전환한 순환형 발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발전소는 발전용량 430kW, 발전유량 3.0㎥/s, 낙차 17.54m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입축 카플란 수차를 적용해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연간 평균 발전량은 약 850MWh로 일반 가정 약 250세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매년 약 1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며 지역 에너지 자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백곡저수지 소수력발전소는 농촌형 분산전원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농업기반시설을 단순한 물 관리시설에서 벗어나 전력을 직접 생산하고 재활용하는 자립형 인프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저수지 수문 제어, 펌프 운영 등 공공시설 운영에 재투입되어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내며, 잉여 전력은 지역 공공시설과 마을 전력망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 이 발전소는 영농기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우기에는 수위 조절과 하천 유지용수 확보, 상류 지역 침수 방지 등 다목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 농업용수 관리와 재생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형 수자원 관리 시스템으로 농업과 에너지의 공존을 실현하고 있다.
소수력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이다.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기상 조건에 좌우되지 않아 연중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또 기존 저수지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므로 환경 훼손이나 주민 반발이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백곡저수지 소수력발전소는 농촌형 재생에너지 활용의 선도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농업은 단순히 물과 땅에 의존하는 산업을 넘어, 에너지·환경·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백곡저수지 소수력발전소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농촌형 에너지 혁신의 출발점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진천지사는 앞으로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농업의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이다. 농업과 에너지가 상생하고, 농촌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미래, 그 중심에 백곡저수지가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