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요즘 필자는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같은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아이의 성장에 교육환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환경이 잘못될 때 아이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생생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제를 깨닫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거나, 알면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손 놓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상담 프로그램 속 뒤늦은 후회와 눈물은 사실 수많은 현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부의 늘봄학교, 디지털 새싹 사업, 지자체의 행복돌봄나눔터,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수련관의 방과후아카데미, 아이돌봄서비스, 학교 돌봄교실 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부처 간 연계가 쉽지 않고, 사업마다 효과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특히 속초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현장체험학습 사고 이후 학교가 체험 활동에 소극적이 되면서, 아이들을 제한된 공간 안에 머물게 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RISE 사업은 지역이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미래 산업을 일구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한국교원대학교는 ‘에듀테크 인재 양성’ 사업을 시작하였고, 이를 계기로 나는 우리나라 에듀테크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를 직접 접하게 되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학생 맞춤형 학습, 교육 관리,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는 모습은 과거 교실 풍경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증평의 4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여러 에듀테크 제품을 적용하면서 아이들의 반응과 성장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책과 칠판을 통한 교사의 획일적인 교육을 따라가야 했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 순간부터 학습 격차가 벌어지고 ‘수포자’라는 말까지 등장했지만, 이제 아이들은 자기 속도에 맞춰 학습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MIT 미디어랩의 미첼 레즈닉이 어린이 코딩 교육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것처럼, 에듀테크는 소외계층 아이들의 학습 결손을 막는 데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부작용이나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시도를 멈출 필요는 없다. 문제는 발생하면 개선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대학과 연구자들이 현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며, 학교·지자체·기업이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일이다.

아이 한 명의 성장은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에듀테크는 그 책임을 나누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도구이다. 우리가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 교육의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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