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유진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올해 5월, 행정복지센터 민원창구에 처음 앉았을 때의 긴장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민원인과 눈을 마주하는 순간, 공직자로서 가장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서류를 받는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자꾸만 작아졌다. 하지만 민원인들은 나의 부족함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잘못된 안내나 실수는 곧바로 불편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더욱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시 한번 원칙을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민원창구는 주민과 행정이 만나는 가장 가까운 공간이다. 작은 서류 접수부터 증명서 발급까지, 하루에도 수십 명이 오간다. 그 과정에서 내가 보여주는 태도와 처리 방식이 곧 행정 전체의 얼굴이 된다. 그렇기에 청렴은 이 자리에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준이다.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업무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민원 한 건 한 건이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민원인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임을 알게 됐다. 작은 증명서 한 장이 대출이나 취업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고, 간단해 보이는 신고 하나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중요한 절차가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만약 청렴하지 못한 처리가 이뤄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원인에게 돌아간다.
필자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원칙을 의지하게 된다. 규정에 따라 안내하고, 처리 과정에서 누락이 없는지 여러 번 확인한다. 민원인이 요구하는 방향과 규정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무겁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이 결국 주민 모두에게 공정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청렴은 단순히 부패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서, 모든 민원인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민원 업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청렴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원인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는 것,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 규정과 절차를 있는 그대로 안내하는 것.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 신뢰를 만든다. 그래서 한 건 한 건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아직은 많이 배우는 중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처음 창구에 앉았을 때의 긴장감과 책임감을 기억하며, 늘 청렴을 기준으로 업무를 대하고자 한다. 민원인들이 나를 믿고 찾아올 수 있도록, 작은 업무에도 정직함과 공정함을 담고 싶다. 언젠가 더 많은 경험을 쌓게 되더라도, 지금의 마음가짐만큼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청렴은 공직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특히 민원인과 직접 마주하는 민원창구에서 그 가치는 더욱 크다. 민원인이 행정을 믿을 수 있도록, 오늘도 작은 창구에서 청렴을 실천한다. 그것이 나에게 맡겨진 첫 번째 책무이자,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약속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키며, 민원인에게 신뢰받는 공직자가 되겠다. 작은 자리에서 시작된 나의 다짐이 행정 전반의 청렴 문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매일 성실히 노력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