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공공장소 출입자 관리 현장
본보 기자, 발열체크 등 체험
발열체크 일상화된 공무원들
방문자 개인정보 일일이 기록
방역 구멍 뚫릴까 매순간 긴장
기존 업무 외 비상근무 잇따라

▲ 본보 김은영 기자(왼쪽)가 지난 4일 청주시청 본관 입구에서 출입자에게 체온 측정 안내를 하고 있다.

[충청일보 김은영기자] "이쪽에서 발열 체크하시고, 전자출입명부 사용해보셨나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어느 곳을 방문하든 발열 검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요즘 버스터미널, 공항, 기차역 등 곳곳에서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다.

현장에서 공무원들의 노고를 직접 느끼기 위해 지난 4일 발열체크 비상근무에 참여했다.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코로나19뿐 아니라 더위와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충북 청주시청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비대면 자동 AI 열감지 시스템(자동체온측정기) 앞에서 체온을 재고 '정상체온입니다'라는 소리가 나오면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시청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1시간씩 1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공무원 A씨는 "발열체크 안내와 전자출입명부 및 명부 수기 작성 안내 등 간단한 업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출입자가 몰려 놓치는 사람이 있으면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는 정확한 인적사항 수집을 위해 되도록 전자출입명부 QR코드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편리함'과 '등록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음'을 강조한다.

"전자출입명부는 네이버 로그인하고 휴대전화 인증만 받으면 끝나요. 네이버에서 QR코드 등록하고 사용하면 편리한데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바쁘시면 수기 작성 부탁드린다"며 등록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진 더위는 현장에 나가 있는 공무원들을 더욱 괴롭게 하고 있다.

직접 체험한 결과 시청 본관 입구의 발열체크 장소는 거의 야외나 다름없었다.

습한 날씨로 체감 온도는 더욱 높아져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기진맥진해졌다.

A씨는 "비상근무를 서는 한 시간 동안은 업무를 못 하기 때문에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가면 바쁘게 일해야 한다"며 "업무 과중도 힘들지만 요즘에는 더위 때문에 근무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고 토로했다.

공무원들은 담당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면서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시청, 오송역, 시외버스터미널, 청주국제공항, 해외유입자 임시생활시설 등 방역현장에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동안 투입된다.

특히 해외유입자 임시생활시설은 24시간동안 비상근무가 이뤄져 새벽에 투입되는 인원은 근무 후 바로 시청으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외버스터미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최일선 현장이다.

이곳은 2명이 짝을 지어 투입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7시간씩 근무한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은 한 명 한 명 발열체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열화상카메라로 발열자를 감지한다.

열화상카메라에 37.5도 이상의 온도가 감지되면 연결된 모니터에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시청처럼 개개인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발열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니터를 계속 예의주시해야한다. 만약 발열자가 나오면 방문 지역, 개인정보, 증상 등을 묻고 선별진료소와 예방수칙 등을 안내한 후 마스크 착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간혹 발생하는 시민과의 언쟁은 공무원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

공무원 B씨는 "발열이 감지되면 어디에 다녀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개인정보 등 사적인 것을 물어보니까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대충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인데 가끔 씁쓸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은 에어컨이 없어 한 켠에 놓인 선풍기에 의존해 7시간을 더위와 싸워야 했다.

공무원 C씨는 "장마가 끝나고 시작될 폭염이 걱정"이라며 "근무하는 동안은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는데 벌써부터 힘이 든다"고 말했다.

시 공무원들은 발열체크뿐만 아니라 해외입국자 이송·관리·자가격리 안내까지 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무심천 벚꽃 사회적 거리두기 관리 등 코로나 관련 업무에도 계속 투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15 총선 관련 업무, 집중호우 비상근무 등에도 투입돼 올해 내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공무원들의 피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시민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 예방을 위한 더욱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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