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아침에] 이태욱 한국교원대 교수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는 11월 그리고 12월 무렵에는 지구상의 인류 발전을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노벨상 시상식이 개최된다. 노벨상의 수상 분야는 보통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의 5분야가 있으며 1901년 처음부터 수여되었고 인류의 보다 나은 먹거리와 윤택한 삶을 위해 공헌한 노벨 경제학상 제도가 1969년부터 추가 시행되었다.

지금까지 노벨상의 창시자인 노벨의 유언대로 노벨상의 집행은 일반적으로 노벨재단에서 추진하며 수여식은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평화상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분야는 모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거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원하였으나 2000년 당시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께서 노벨 평화상을 받으신 것이 유일하다.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생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하셨고 특히 남북 평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공을 인정받아서 노벨 평화상을 수여 받게 되셨다.

이러한 노벨상의 장점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아이러니하게 1991년부터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이그노벨상은 1991년 하버드대학 과학 잡지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에 의해 시행되었고 보통 노벨상 수상자 발표 2~3주 전에 공지하는 것이 통례이다. 이그노벨상의 주된 수상 선정기준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절대 흉내 낼 수 없거나 흉내 내면 안 되는 업적을 낸 사람들에게 수여된다. 시상식은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홀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노벨상에 비해서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은 금전적인 상금이나 다른 혜택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한국인은 총 4명으로 1999년 이그노벨상 환경보호상으로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그 당시 코오롱에서 근무한 권혁호씨가 받았다. 2000년에는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으로 미국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무려 2만 쌍이 넘는 대규모의 집단 결혼식을 거행한 그 당시 통일교 교주 문선명 목사에게 수여되었다. 그리고 2011년 이그노벨상 수학상으로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에게 수여 되었다. 업적으로는 지난 50년 이상 지구의 종말 날짜를 해마다 계속해서 틀리게 예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2017년 이그노벨상 유체역학상으로 그 당시 미국 버지니아대학 유학 중인 한지원 학생에게 수여되었다. 업적으로는 한지원 학생은 한국에서 고등학생시절 민족사관학교 재학시부터 보행 시 '어떻게 하면 커피를 넘치지 않고 안전하게 들고 다닐 수 있을까?'를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이그노벨상의 특징은 특정한 정해진 분야가 아닌 일실생활에서 가끔 나오는 테마로 즐겁게 호기심을 갖게 하면서 때로는 지겨운 문제들을 그들 나름의 몰입과 창의적인 해법으로 엉뚱한 아이디어들을 창출하였다.

이그노벨상은 수상자들의 창의적인 업적이나 상금 면이나 지금까지의 규모와 파급효과에서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진짜 노벨상에 비하면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 일상에서 가끔 엉뚱하고 돌발적인 생각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비록 그것들이 사소한 면이 있지만 그것들을 위해 시간을 투입해 연구했다는 것이 업적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교수인 안드레 가임은 2000년에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노벨상 물리학상 수상을 하여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사람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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