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CIMAFF 찾은 박우상·장현수 감독
"차기작은 '호남선'·'순자 레인홀즈' 준비"

박우상 감독.
박우상 감독.

지난 21일 개막한 3회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CIMAFF)에선 한국 감독으로는 최초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박우상 감독이 공로상을 받았다.

문화제조창 야외광장에서 진행된 개막식에는 한국형 느와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듣는 장현수 감독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막 다음날인 22일 영화제 장소 중 한 곳인 성안길 CGV서문에서 두 감독을 만나 그간의 근황과 차기작 계획 등을 알아봤다.

먼저 박 감독은 2000년대 초 중국 드라마의 감독을 맡았다고 했다.

"중국 CCTV의 초청으로 '구름 위의 나날들'이라는 드라마의 감독을 했어요. 그 때가 베이징 올림픽 바로 전인가 그랬죠."

'차이나타운'이 대표작인 박 감독은 그간 영화 20여 편을 감독하면서 멜로물은 한 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집이라기보다는 당시 인기 있던 홍콩 영화 등에서 보여주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액션 영화를 만들어 현지를 공략하고 싶었던 생각이 컸습니다. 제가 지금 태권도 공인 8단이기도 하고요. 제 액션은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그 속에 철학을 담고 있어요. 주인공의 분노나 애환 등을 어떻게 영상에 담아내느냐죠. 그래서 차이나타운 촬영 당시 기존에 쓰던 고속 카메라보다 훨씬 빠른 카메라를 3대 썼어요. 그래서 완성된 영상은 거의 정지화면 수준이었죠."

박 감독이 국내에서 메가폰을 잡았을 당시는 시나리오 심의와 영화 검열이 서슬 퍼렇던 시기였다.

"'해당화'와 '내 갈길을 묻지 마라'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해당화'는 '독립군을 빙자한 저질 영화', '내 갈길을 묻지 마라'는 '제목이 불순하다'며 상영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더군요."

그의 차기작은 '호남선'이라는 영화다. 대본만 5년을 준비했으며 오는 2022년 초 크랭크인을 할 예정이다. 호남선에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 박 감독 본인의 자전적 시나리오라고 했다.
 

장현수 감독.
장현수 감독.

장 감독은 1982년 데뷔작 '걸어서 하늘까지'를 언급하자 아쉬웠던 점을 먼저 얘기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애당초 죽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주변에 떠밀려서 결국 그런 결말을 맞았는데 관객들에겐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법칙'에서도 처음 영상 속 여자가 주인공의 애인을 의미했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죽으면서 같은 이미지가 뜨거든요. 그런데 석양의 역광 때문에 애인의 얼굴이 안 보였어요. 주인공이 죽으면서 애인을 떠올리는 장면인데 저래서 그 영화가 결국은 멜로라는 게 묻혔어요."

주변에선 액션영화 감독이라 하고 한국형 느와르를 만든 사람이라 하지만 이처럼 장 감독 본인은 '액션은 드라마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이고 내 영화는 멜로'라고 못을 박는다.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와 가장 아픈 손가락인 영화를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라이방'이라는 2001년 개봉작을 언급했다.

"유명 배우를 붙여주겠다고 했지만 마다하고 제일 택시기사 같은 배우를 섭외하는 등 구애 안 받으며 하고 싶은대로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평이 좋고 사람들도 다 좋다고 했는데 흥행은 참패했어요. 그래서 골랐습니다."

장 감독의 차기작은 '순자 레인홀즈'라고 했다. 1960년대 말 동두천 기지촌이 배경이다.

두 감독에게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의 향후 발전 방향을 물었더니 양쪽 모두 '무예'와 '액션'의 부조화를 강조했다.

"무예는 택견 등 전통적인 것인 데다 '국제' 타이틀이면 세계가 무대인데 누가 '무예'를 압니까. '액션영화제'로 가면 세계적으로 클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부산영화제의 경우 끝나면 바로 다음해 행사 준비에 들어가는데 여기도 그렇게 해야 하고요."(박)

"학과 중에 연극연화과라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잘못됐어요. 아예 장르가 다른데 저렇게 붙여놓으면 안 되죠. '무예'와 '액션'도 마찬가지입니다."(장)

/신홍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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