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것으로, 그럴듯한 물건을 전시해 놓고 실제로는 형편없는 물건을 파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출전은 안자춘추(晏子春秋)’, 원전에는 우수마육(牛首馬肉·소머리를 내걸고 말고기를 판다)’으로 나온다.

전국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이 궁중의 모든 여자들에게 남장을 시켰다. 그러자 백성들까지 모두 남장을 했다. 영공은 백성들에게 여자인데 남자 옷을 입는 자는 옷을 찢고 허리띠를 잘라 버리겠다고 했으나 그치지를 않았다.

영공이 재상 안자(晏子)에게 과인이 관원을 시켜 여자들의 남장을 금지시키고 옷을 찢고 허리띠를 자르는데도 서로 바라만 보면서 그치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이오?”라고 묻자 안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궁중의 여자들에게는 남장을 하라고 하시면서 백성들에게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마치 쇠머리를 문에 걸어 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궁중에서도 남장을 못 하게 하시면 백성들 사이에서도 감히 못 할 것입니다.”

 

부적절한 권 대행의 문자 내용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7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방에서 나눈 문자가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말하자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에 이준석 당 대표의 반응은 양두구육이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섬에서는 카메라가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온다.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고 적었다.

지금 자신을 상대로 여권 내부에서 벌어지는 정치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윤리위로부터 자신이 당무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은 배경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낸 것으로도 보인다.

 

사과하는 내용의 번지수가 틀렸다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권 대행은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페북에 게시했다.

그러나 사과하는 내용의 번지수가 틀렸다.

그의 사과는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돼서 죄송한 것이 아니라, ‘사적인 대화 내용이 잘못돼서 죄송한 것이어야 했다.

자신의 입지를 과시하고자 한 의도인지 아니면 어처구니없는 실수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격에 어울리지 않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말로 당 대표를 비난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가 아닐뿐더러, 대행을 맡고 있는 당의 원톱이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조아리는 수직적 관계의 모습은 더욱 더 민망한 일이다.

취임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초유의 ‘20%대 지지율을 경험하고 있는 대통령을 바라보는 건 유쾌한 일도, 바라는 일도 아니다.

다만, 격에 맞는 언행을 하는 대통령, ‘공정과 상식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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