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구약성경의 잠언을 보면 “집과 재물은 조상에게서 상속하거니와 슬기로운 아내는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느니라”(잠 19:14)는 말씀이 있다. 우리가 누리는 집과 재물은 조상으로부터 상속받을 수 있지만 슬기로운 배우자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집과 재물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세상의 이치가 정해 놓은 하나의 규칙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자식에게 집과 재물을 주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흔히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혈통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 더 단단하게 엮여 있다. 이에 관해서 예수님은 한 아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받아 집을 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철없는 아들은 그저 돈이 좋아 아버지가 주신 재물을 가지고 집을 떠난다. 밖으로 나가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집을 나간 이후부터 매일같이 그 아들을 기다린다. 아버지는 아들이 지혜롭게 재물을 쓰거나 혹은 세상에 나가 큰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집을 나간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란 것이다.

이처럼 혈통으로 이어진 관계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 끈끈한 것이 있다.

그런데 부부 사이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부부 사이야 말로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라고 말하지만 실제 우리의 모습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발표되는 통계에 따르면 부부의 이혼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이 부부 사이가 누구보다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그 관계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간의 약속 때문이다.

즉 이 약속 안에서는 부부 관계가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지만 이 약속이 깨어지면 그 둘은 아무 상관도 없는 남남이 되고 마는 것이다.

부부 관계의 핵심은 관계 그 자체가 아닌 약속에 있다. 따라서 부부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핏줄로 이루어진 관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혈통의 관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이루어지지만 부부관계는 오직 서로가 서로에 대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노력할 때에만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잠언의 말씀은 혈통의 관계로 받을 수 있는 유산은 그저 가만히 있어도 상속받을 수 있지만 부부의 관계는 그렇지 않음을 일러준다. 부부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하나님이 주신 은혜요 선물로 이해하며 서로를 향한 약속을 지키기로 다짐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매일매일 부부의 서약을 기억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을 해야 세상 어떤 관계보다 더 가깝고 특별한 관계가 될 수 있다.

부부관계는 핏줄이라는 든든한 끈이 없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다툼으로도 서로 흔들릴 수 있다. 부부관계의 유일한 끈은 오직 서로에 대한 약속뿐이다. 이 약속은 오직 서로를 향한 믿음과 신뢰에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부부관계가 깨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큰 사건이 아니다. 그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아주 약간만이라도 흔들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사건이면 충분하다. 신뢰가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위에 세워진 약속 역시 점점 균열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음과 신뢰가 무너지고 약속이 깨어지면 이제 사람들은 부부의 언약을 포기하여 관계를 정리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부부 관계가 오직 약속의 기반 위에서만 이루어져 있음을 다른 각도에서 이해하면 이런 결론을 맺을 수 있다. 부부 사이에 필요한 것은 오직 서로에 대한 믿음이면 충분하다고 말이다.

부부관계를 맺기 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믿음이 생기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여 신뢰가 쌓이면 이제 이 둘은 부부의 언약을 맺게 되는데 이것으로 세상 누구보다 특별한 관계인 부부 관계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부관계는 완전해진다. 약속이 있는 한, 이 둘은 완전한 부부이다.

잠언의 말씀에서 부부관계를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은혜란 혈통과 같이 태어날 때부터 선택받는 것이 아니다. 진짜 은혜는 부부의 사랑처럼 서로 노력하고 믿음과 신뢰를 세울 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하늘의 선물인 것이다. 누구나 얻을 수 있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부부의 사랑이며 행복이다.

부부의 관계가 내게 주어졌을 때 이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지키기 위해, 그리고 누리기 위해 노력할 때 부부 사이는 세상 누구보다 가깝고 특별한 사이가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관계가 흔들림없이 지속되는 한 그 가정은 늘 기쁨과 행복이 넘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배우자를 보내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몫이지만 내게 허락된 배우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일은 곳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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