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미형 상명대 천안캠퍼스 교학 부총장

2023년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방화 시대를 표명한 첫해이다. 7월에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62조(지방시대위원회의 설치 및 존속기한)에 의거하여 대통령 직속의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다. 이 기구는 2018년에 시작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하여 새롭게 조직한 것으로,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중추부로서 시·도의 지방시대 계획을 기초로 한 상향식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균형발전 시책과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인구 정책의 측면에서 2023년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0,12. 관계부처합동)의 3차 연도에 해당된다. 이 기본계획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 성평등과 공정 사회, 인구변화에 대응하는 사회 혁신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 사회'를 추구하는 내용을 주축으로 한다.

이러한 다양한 국가 정책적 노력은 초유의 인구 급감 현상이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여 흔들림 없이 국가발전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학도 발맞추어 지역과의 상생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모색하며 실천하고 있다. 대학의 산학 연계는 전부터 중요시되는 항목이었는데 여기에 지역민과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합세하여 그야말로 지방의 상생 발전 생태계 구축의 협력 주체가 된 것이다.

그간 대학과 산업체의 산학 연계 사업들에서 대학 교수들이 연구를 담당하고 그것을 산업으로 연계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했다. 그런데 이제 전문 영역에서 더 확장하여 생활 속에 파고들고, 사회에 스며드는 대학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되었다. 왜냐하면 세상에 만능의 편리한 기기들이 발명되고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진 반면 정작 인구는 줄고 이에 따라 학령 인구도 줄어드니, 서울로만 몰려들던 사람들이 지방에도 고르게 정착하여 한국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지역이 소멸하지 않고, 따라서 한국이 낙후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충남지역 문제해결 플랫폼 의제 실행 사업은 행정안전부가 주민자치회에 과제를 주고 대학과 협업하게 한 좋은 사례가 된다. 행정안전부는 진정한 지방화 시대가 되려면 지역 주민들의 자치 활동이 잘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런 사업을 제안했다. 상명대학은 이 의제 중 '덕산 내포문화자원연계 및 활성화 방안'에 주민자치회와 함께 참여하며 이 사업이 잘 되기를 염원했다. 각 지역마다 좋은 문화 자원이 있어도 잠자고 있는 형편인데 이것을 어떤 식으로 활성화 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10차시에 걸쳐 강의와 탐방 형태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대학의 역할은 이 모임이 활발하게 지속되게 하는 것, 주민들이 미처 알지 못한 지역 문화 관련 새로운 내용들을 전하는 것,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구상 등 주민 토의를 가능하게 하는 일 등이었다.

최근에 상명대 천안캠퍼스가 위치한 안서동에서는 상인들과 대학이 협약 체결하고 의미 있는 연계 활동들을 추진하는 중이다. 상인회와 총학생회가 만나 함께 안서동 대학 문화 활성화를 위해 봉사 활동도 하고 문화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또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에서 개최된 “흥해라 안서 Festa!”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노래잔치 속에서 어루러졌고 안서동 주민들과 대학생, 그리고 교수들이 장기 자랑을 뽐내기 위해 등장하기도 했다. 장애인의 문화복지를 확장하려는 세계장애인문화복지진흥회 충남지부와 상명대 충남원, 그리고 안서동 상인회의 공동 기획으로 개최된 “흥해라 안서 Festa!”에서 보여준 장애인의 진심 어린 노래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감동이 점차 줄어드는 물질 만능시대에 더불어 살아야 하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 같아 그 의미가 크게 느껴졌다.

충남도가 첫 시범지역이 된 늘봄사업은 단순한 초등교육 의미뿐 아니라, 어린 세대가 이 지역에서 공부하고 취업하여 지역 활성화의 주역이 되는 밑 거름이 되는 효용성 가치가 있다. 상명대는 대학이 가까이 없는 지역인 서산, 당진, 태안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레고를 활용한 창의적 기초 코딩교육을 진행했다. 교수진과 재학생들은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수업 시간을 피해 강의 계획을 세우고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초등교육의 소중함과 함께 지역사회 사랑도 느꼈을 것이다. 초등학생들 역시 상명대 언니, 누나, 형, 오빠들과 함께 꿈과 창의성 체험을 소중하게 했을 것이다.

대학과 지방이 동반성장의 두 주체가 된다는 것은 결코 형식적 사업에 의해 또는 일회적 축제에 의해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긴 시간 들여다보고 탐구하며 진실한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의 동력을 추구하는 에너지로 이어지는 일련의 진실된 여정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친해져야 한다. 주민들이 밖에서만 보던 대학과는 다른 대학의 본질을 알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고 대학이 전문 전공영역에서만 연계하던 제한적 범위를 넘어서서 지역민들의 생활에 밀접히 접근해 보아야 한다.

좀 더 깊숙이 천안과 충남을 파고들어 알아가자는 취지에서 상명대 충남원은 지도교수와 대학생들로 구성된 충남원 서포터즈 7개 팀 활동을 벌였다. 천안 유일의 연극제인 천안태조산젊은연극제와 협업하여 전국에 알리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연극제 도우미를 한 영포터즈, 천안의 지역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20대 청년들에게 천안의 풍부한 놀거리와 문화를 조사하고 답사하며 청춘들이 살아가는 콘텐츠를 담아 인스타그램에 월 2회씩 연속 게시한 히피, 충남 사투리를 정리하고 상호나 상품명, 정책명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충남 사투리를 발굴하여 활용할 방안을 홍보한 충남탯말지킴이,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금융·경제와 4차 산업 챗GPT 교육을 실시하고 충남 회사의 제품 수요조사와 마케팅 홍보전략을 설계한 블루오션, 충남의 반도체 관련 기업을 탐방하여 반도체 정보를 탐구하고 충남의 반도체를 안내하는 팸플릿도 제작하며 중·고등학교에 관련 학과 및 기업 홍보 활동을 한 채널, 충남의 주요 문학 공간을 탐방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한 소통 활동, 숏폼 제작을 통한 홍보, 구글어스 프로젝트 활용을 통한 문학지도 작성 및 홍보 활동을 한 후도마루, 2023 천안 케이컬처 박람회 로고인 K와 C 형태의 오브제 제작, 한국 문화, 천안 주제의 그래픽 영상 제작, 지역사회와 전 세계에 한국 문화와 천안을 알리는 활동을 한 컬춰라마. 이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꾸밋꾸밋 그들이 할 의미 있는 활동을 찾아내며 성과를 냈다.

대학생들의 충남지역에 대한 관심어린 발걸음들은 지역과의 상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희망을 선사했다. 상명대학교 충남원은 앞으로 서포터즈 활동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사회의 발전과 대학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대학은 인재 양성이라는 사회 충원의 기능을 성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지역 친화적인 자세로 지역과 동반하며 상생의 길에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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