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총선 D-12일, 정치권 열기에 봄꽃들마저 시기를 당겨서 편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여론조사업체까지 끼어들어 들고 개인정보보호는커녕 대규모 데이터 유출로 유권자는 황당했다. 엄청난 선거 유튜브의 오염된 영상은 아무도 못 말렸다. ‘박수칠 때 떠난 사람’ 과연 몇 일까. 청주상당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여러 차례 전국뉴스를 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 중간 낙마(선거법 위반)에 따른 재선거로 당선(5선)돼 충북 여야 4:4 균형을 맞춘 그였다. 하지만 22대 총선 로드맵은 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경선 예비고사로 본선이 확정된 며칠 뒤 공천이 취소, 서승우(전 충청북도 행정부지사)가 재의결 확정되는 등 뒤엉켰다. 애초, 전국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정우택과 노영민의 빅매치도 수면 아래 그림인 채 정치 1번지는 혼전에 빠졌다.

◇ 유효슈팅

총선후보 대진, ‘이랬다 저랬다’ 장난꾸러기다. 젊은 피, 재수, 3수, 현역 계급장을 떼고 맞붙는 서바이벌에 저돌적 칼갈이까지 너무 소름 돋는다. 가수 진시몬이 불러 히트한 “사랑하다 헤어지면 남이 되는 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뛰고뛰고 뛰어봐도 제자리란다 시작할 때 그 자리구나. 변함없다 변함없다 변한게 없다. …”의 ‘아슬아슬’처럼 타령 한 소절 제대로 못 부르는 ‘무늬만 각설이’도 여전히 ‘죽지 않고 또 왔네’다. 게다가 ‘핫바지 삑사리’로 치받고 두들기며 남 탓하는 네거티브 공방 반칙·기회주의, 마치 ‘물에 빠져 부리만 둥둥 뜬’ 초등저학년용 ‘오리부리’ 동화구연인양 빵 터진다.

지난 아시안 컵 4강 한국축구를 보라. 랭킹 87위 대 요르단 전에서 '유효슈팅' 한 번 못 날린 완패였다. 감독은 발 빠른 대처는커녕 시종 엉거주춤했을 뿐 무전략 요행으로 버텼다. 우리 정치 현주소를 쏙 빼닮았다는 얘기다. 거대 왈 벼락치기로 급조된 ‘대국민 봉사와 지역일꾼’을 웅변한다. 오히려 덧난 상처를 헤집을 뿐 그다지 새로울 것조차 없으니 판은 썰렁하다. 실제 떠밀리다시피 다짜고짜 꽂힌 낯선 곳(무연고)에서 미션부재 껍데기 공약(空約)으로 무슨 약효를 기대하랴. 이번 총선은 후보자 개개인을 떠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정치 수능 점수가 관전 포인트다. 어떻게 넘어야 구원투수로서 몸값을 높여 ‘하늘에 오를 물속에 숨어 있는 용(잠룡潛龍)’으로 고난도 허들임이 분명해 보인다.

◇ 진짜 묘수?

선거가 끝나면 끼리끼리 환호 탄식 반전에 일희일비할 터, 다시 ‘을(乙)의 처지’로 돌아갈 유권자다. “불편했던 동거여 본래 공존이란 없었던 것”(조승래, ‘적막이 오는 순서’ 중에서)을 후려갈기는 듯하다. 어지간하면 참으려했는데 공자님 말씀을 꿔다 써야겠다. "길가에 똥을 싸는 자는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양심이라도 있으니 가르치면 되지만, 아예 길 한가운데서 똥을 싸는 자는 양심이라는 것이 없으니 어찌 가르칠 수 있겠느냐?" 잡동사니들 야바위꾼처럼 얼렁뚱땅해도 우르르 몰려가 그들에게 붓두껍을 찍어야 하는 선거란 정말 요지경 속 세상 같다. 지지율은 평균적 국민의 엄한 예상점수다. 빨강 파랑 막대그래프에 ‘홍군 이겨라 청군 이겨라’다. 일부 접전지역에서 여전히 선거연대와 각자도생으로 어부지리를 노린다. 역대 총선 결과는 ‘막판 실수’가 변수였다. 엎치락뒤치락 판세는 사치에 불과하다. 조마조마한 12일, 유권자의 변심 시간은 널널하다. 집안단속이 진짜 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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