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발표… 기업 수·무역액 모두 역대 최대
진입은 활발, 생존은 고전… 가젤기업 10%↓
수출은 여전히 대기업·반도체·수도권 쏠림
글로벌 무역 무대에 뛰어든 국내 기업이 사상 처음 27만 개를 넘어섰다.
관세청이 1일 발표한 '2024 무역활동기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무역에 참여한 국내 기업 수는 27만 3252개로 전년보다 9831개사(3.7%)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무역액도 1조2814억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3.8%(464억달러) 상승했다.
무역 시장의 진입 장벽은 갈수록 낮아졌지만, 진입한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 구조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올해 처음 무역에 발을 들인 기업은 7만2735개사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수출로 진입한 기업은 122개 늘었고, 수입 기업은 2694개 늘어 수입 비중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퇴출된 기업도 6만2904개사에 달해, 전년보다 8.6% 증가했다. 특히 수입기업의 퇴출 비율이 7.9%, 수출기업은 4.1% 증가하며 경쟁 심화와 시장 포화의 그림자도 동시에 드리웠다.
수출기업의 1년 생존율은 49.2%, 수입기업은 49.4%로 2년 연속 50%를 밑돌았다. 수출기업의 5년 생존율은 16.3%로, 전년보다 0.2%p 하락했으며, 수입기업도 18.4%로 0.6%p 낮아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무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초기 진입은 활발하지만, 제도적 뒷받침과 네트워크 부족으로 조기 탈락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3년 연속 국가 전체 수출 증가율을 상회한 '성장기업'은 3832개사로, 전년보다 81개사 줄었다(- 2.1%).
이 중 창업 5년 이내 고성장 기업인 '가젤기업'도 1165개사로 전년 대비 125개사 감소(- 9.7%)했다.
이는 무역 스타트업의 성장은 있으나, 장기 지속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23년 국가 수출 증가율이 7.5%로 역성장을 기록한 반면, 2024년은 +8.1%로 반등해 상대적인 비교 기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전체 수출에서 경기도(23.6%)가 지역별 1위를 차지했으며, 품목별로는 전기전자 제품(31.2%), 기업 유형별로는 연 1000만달러 이상 수출하는 선도기업이 전체의 91.9%를 차지했다.
이는 수출 구조가 여전히 대기업·수도권·기술집약형 품목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기업 수와 무역액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나, 무역 구조의 내구성과 생존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입 이후 2~5년 구간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교육, 수출 바우처 확대, 인증·통관 등 복합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무역시장 진입 기업 수는 역대 최대를 찍었지만, 그 안에서 지속 가능한 기업 생태계로 연결되기 위한 시스템 정비와 지원 체계 강화가 절실하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이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