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송남용 심리상담사 

지난 칼럼에서 살펴보았듯 개는 개밥을 볼 경우 본능적으로 침을 흘린다. 마치 사람이 신 과일을 볼 경우 저절로 침이 고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에 반해 개는 개밥을 주는 사람의 발자국이나 개밥그릇을 보고서는 침을 흘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둘이 오랫동안 짝(연합)이 이루어질 경우 개밥을 주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나 개밥그릇을 보고서도 침을 흘리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그러한 현상을 가리켜 연합학습 또는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형성(조건화)이라고 한다. 조건형성이란 개밥을 주는 사람의 발자국이나 개밥그릇에도 침을 흘리는 조건이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이번 칼럼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연합학습(조건화)이 사람에게도 똑같이 유효한지에 관한 것이다.

파블로프의 조건형성(연합학습)이 사람에게도 똑같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 학자는 미국의 심리학자 왓슨이다. 왓슨과 레이너는 공포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공포증이 왜 생기는가에 관해 고민했다. 그러다 공포증(감정)이 조건화된(연합학습으로 인한) 정서적 반응이거나 전이된 형태(이전의 공포 감정이 그대로 옮겨온 것)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그들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의 목적은 어떤 자극(예: 흰색)에 대해서 공포증(무서움)을 느낄 때 그 자극(흰색)에 대한 공포증이 과거에 이미 공포반응을 일으킨 특정 사건과 연합(짝)되어 공포반응이 일어날지에 관한 것이었다.

실험대상은 생후 11개월 된 앨버트라는 어린 소녀였다. 실험자들은 앨버트에게 흰쥐를 보여주었다. 앨버트는 흰쥐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때 그들은 앨버트가 흰쥐에게 접근할 때마다 뒤에서 망치로 ‘꽝’ 소리를 내곤 했다. 그 결과 점차 흰쥐를 보고서 움찔하기 시작했고, 결국 ‘으앙’하고 울면서 공포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까지도 무서워했다.

앨버트는 왜 처음에는 흰쥐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으나 실험 후에는 공포반응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흰쥐와 ‘꽝’하는 망치 소리가 연합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즉 ‘꽝’하는 망치 소리를 들으면(자극) 앨버트는 물론 인간은 누구나 무서워하는(놀란, 두려운) 반응을 일으킨다(무조건적 반응). 그러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꽝 소리)과 흰쥐가 오랫동안 짝이 이루어지다 보니 흰쥐에 대해서도 무서워지는 조건이 형성되어 결국 흰쥐만을 보고서도 공포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또 의사와 간호사의 흰옷을 보고서도 무서워한 것은 흰 색깔의 쥐에 대한 일반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화란 비슷한 자극에 대해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왓슨의 실험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첫째, 연합학습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둘째, 행동뿐 아니라 정서도 조건화(연합학습)된다. 셋째, 조건화가 되면 일반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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