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서한솔기자] 대형 백화점과 신규 상권의 공세 속에 청주의 터줏대감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성안길, 한때 '청주의 명동’이라 불리며 청주를 상징하는 풍경 중 하나였습니다.

과거엔 청주의 자존심이었다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의미를 잃었습니다.

점포수가 눈에 띄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대형몰도 몰락했습니다.

2000년 개점했던 apM몰이 2008년 문을 닫았고, 2009년 오픈한 씨유멀티플렉스는 현재 공매에 부쳐졌습니다.

달라진 성안길에는 휴대전화 판매점과 ‘땡처리’매장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진숙(54)/1번가떡볶이 사장 :전체 매출의 50%나 줄었어요. 성안길에서 21년간 장사를 했는데 속상하죠. 예전에는 저녁에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7시만 되면 사람도 안다니고 거리가 횅해요.]

성안길을 25년간 지켜온 흥업백화점입니다.

1990년 오픈해 개점 첫해 2백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시 진로백화점과 함께 지역 유통업계의 쌍두마차로 떠올랐습니다.

명절이 되면 백화점 주변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지역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청주지역 유일한 향토 백화점이었던 흥업백화점이 25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그동안 부도와 법정관리를 반복하며 부침을 겪었지만, 결국 심각한 운영난을 이겨내지 못한 것입니다.

화려했던 명성은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충북도청 옆을 지켜 온 옛 청주세무서 터에는 복합상가가 들어섭니다.

[허민자(53·분평동): 젊은 시절부터 있어온 곳들이 문을 닫아서 아쉬워요. 상권이 너무 젊은 사람들 위주로 옮겨가는 것 같아요.]

한때 청주의 잘 나가는 거리를 밝혀주던 옛 건물들. 그 영광의 불빛이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