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철갑상어 수용성 오일 추출

식품·의약품·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 개발

‘고급 식재료’ 캐비어 대중화 새로운 도전

미답(未踏)의 땅.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다.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린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할 때도, 물 한 방울 찾을 수 없는 사막을 지나야 할 때도 있다. 긴 여로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어려운 길을 농부처럼 부지런하고 우직하게 걸어가는 기업이 있다.

스톨존바이오㈜(충북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436번길 76·☏043-253-3333)는 특허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철갑상어에서 수용성 오일을 추출하는 데 성공, 식품·의약품·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어육, 뼈, 부레, 지느러미, 가죽 등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철갑상어는 단백질, 지방, 콜라겐, 비타민, 미네랄, 타우린, 미량원소 등도 종합적으로 갖춘 영양소의 보고다. 특히 연골과 척수 에 있는 콘드로이틴 황산은 세포를 구성하는 결합조직의 세포외 기질의 필수성분으로 이미 많은 임상 연구를 통해 관절염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7종의 철갑상어 중 우리나라에서는 4종이 양식되고 있다. 스톨존바이오는 중대형 크기인 시베리아·러시아 철갑상어만을 쓴다. 대형어종은 국제법상 가공이 불가하고 소형어종은 좋은 성분이 부족하기 때문.

3~10년생 철갑상어 한 마리를 150시간 추출하면 오일·진액·농축액·분말을 얻을 수 있다. 제품에 온전히 철갑상어 한 마리를 그대로 쏟아붓는 것이다.

철갑상어 추출물에서 오일을 분리해 물리적 공법으로 오일을 수용화한 ‘철갑상어 정제오일수’는 스톨존바이오가 만드는 식품, 화장품, 건강보존식품, 의약품 등 모든 제품의 핵심 원료다. 단백질, 지방, 콜라겐 등의 영양물질을 세포 흡수력이 높아지도록 수용성 오일화한 것으로 이 자체로도 음용이 가능하며 2022년 특허등록도 마쳤다. 피부 미백과 주름 개선, 아토피성 피부염 억제, 탈모 완화·발모 등 약리작용도 보인다.

추출물을 10일간 숙성시킨 뒤 한약재와 함께 배합해 ‘골드진액엑기스’를, 철갑상어 분말로는 ‘철갑상어환’, ‘철갑기력환’ 등의 환약을 만든다.

‘철갑상어 정제오일 음용수’는 천연 나노공법을 이용해 철갑상어 수용성 오일을 추출한 특허물질이다.

이외에도 아이크림, 마스크팩, 샴푸, 헤어에센스, 세정제, 컨디셔너 등의 화장품도 개발했다.

올해 5월 출시한 동물 의약외품과 내년 의료기기·의약외품 등록을 준비 중인 제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특허받은 수용성 오일을 원료로 한 ‘코로미스트’는 비염과 코감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토탈케어크림’은 아토피,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 구내염 등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올해 8월 미국 FDA OTC(일반의약품)으로 공식 등록했다. 이달에는 화장품 전 제품의 OTC 추가등록을 마쳤다.

현재 아토피 억제 크림, 욕창 치료 크림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국립대와 함께 궤양성 대장염 대장암 치료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비임상 실험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는 고급 식재료로 통하는 캐비어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를 위해 이미 2016년 러시아 국영기업인 볼고레첸스크리보즈(주)와 협약을 맺고 철갑상어를 죽이지 않고도 캐비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이전받았다.

스톨존바이오는 이제 식품, 화장품, 의약외품, 전문의약품을 넘어 애완동물 전용 샴푸·컨디셔너를 출시하는 등 반려동물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용광 대표이사.
이용광 대표이사.

제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고비 넘어 ‘세계 최초’ 수식어 획득

이용광 스톨존바이오(주) 대표이사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에서 농사를 짓던 20대 청년 농부에서 세계 최초로 ‘수용성 철갑상어 오일’을 추출하는 데 성공, 이를 기반으로 스톨존바이오㈜를 성장시키고 있는 이용광 대표이사(52·사진).

‘농사는 천하의 으뜸가는 근본이다’라는 기업 설립이념에는 정직한 농부의 마음으로 생산·가공·유통·판매·수출에 임하겠다는 청년 시절의 기개가 그대로 담겼다.

그가 농업에서 철갑상어를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1997년 떠난 독일 연수 중 손에 화상을 입은 이 대표는 철갑상어 연고를 바르고 흉터 하나 남지 않고 금세 낫는 경험을 했다. 철갑상어의 효능을 직접 체험한 그는 귀국한 뒤 곧바로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정부가 나서서 철갑상어 양식 농가를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에 양식장이 생겼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 된 철갑상어는 양식 후 가공을 하더라도 국제거래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아야 했고 양식업에 뛰어들었던 농가들도 대부분 문을 닫고 20~30곳만 살아남았다.

처치 곤란이 된 철갑상어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이 대표는 2013년 가공품에 대한 국제거래 규제가 풀리자 사업 구상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돈이 있어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어서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고자 수많은 노력을 하지만, 무엇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150년을 사는 장수 어종인 철갑상어의 영양분을 활용해 사람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을 상용화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전 재산을 투자해 오창읍 성재리에 철갑상어 양식장 조성을 시작한 이 대표는 완공을 앞두고 시련을 겪게 됐다. 집중호우로 철갑상어와 전 시설이 유실되고 3만평 부지 전체가 펄로 뒤덮이게 된 것. 손해 금액만 50억원에 달했다.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그는 수해현장을 둘러보다 충격에 쓰러지기도 했다.

여느 사람이었다면 암담한 현실에 모든 것을 포기했을 테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철갑상어 원액에서 지용성 오일을 추출해 수용성 오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것.

쓰러졌던 당시 꿈속에서 추출 방법을 알아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하늘이 준 기회였다”며 당시를 회고한다.

최근 경기침체로 국내 판매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오히려 해외에서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참여한 해외 수출 박람회 참가는 곧장 수출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미국 등 10개국과 300만불 수출 계약을 체결해놨다.

이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약품 승인을 받으려 해도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기업에서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기업들이 처음 하는 일이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라도 가이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기업의 급속 성장에 따라 생산시설 확충도 앞두고 있다. 부지를 청주에서 찾고 있다. 5000~7000평 부지에 식품·화장품·의약품을 생산하는 대형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강원 영월·경기 포천·경남 거제·충남 아산에 위탁 운영하는 농장이 있지만, 증가하는 수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선 양식장 추가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 대표는 “본사와 생산시설이 있는 청주에 양식장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부지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갖는 기업이 청주에서 탄생한 것은 가시밭길 걷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이 대표 선구안이 있었기 때문. 그가 시련에 굴하지 않고 미답의 길을 걸으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뒷받침에는 제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 자부심은 회사가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고 내년 코스닥 상장이라는 결실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연암축전 동물영양학, 서울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 한양사이버대학원 마케팅 MBA를 졸업했다. 2016년 농업회사법인 귀농(주)설립, 2018 세계 최초 철갑상어 수용성 오일 원료개발, 2020년 스톨존메디컬(주) 자회사 설립, 2021년 아토피 억제 및 치료 비임상 효능 규명·코로나19 감염차단 물질개발 S등급 획득, 2022년 철갑상어 원료 특허 출원·탈모 완화 및 발모촉진 비임상 효능 규명, 2023년 청주산림조합과 하나로마트 입점 등을 일궜다. ‘철갑상어 오일의 바이오 뷰티 산업화에 대한 전략적 고찰’이라는 논문도 썼다.

그는 “철갑상어의 뛰어난 효능을 바탕으로 개발한 제품을 상용화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언제나 최고의 품질과 신뢰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는 공익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장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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