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찰나의 기록 48년

 

[보령=충청일보 박하윤기자]100년 사진역사에 전설과도 같은 외길인생, 셔터 누를 힘만 있다면 생을 마감 할 때까지 작업하겠다는 김석원작가(74).흑과 백 아날로그부터 화려한 색색들의 디지털까지 사진을 통해서만 대화 나눠온 김석원 선생을 만나 보았다.
 

"사진은 번역이 필요 없고 해석이 필요 없는 예술작품입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힘 있는 언어죠."
충남 보령시 대천동에서 3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나 조용하고 내성적인 학창시절을 보낸 김석원 선생은 유독 사진관을 찾아 놀이터 삼아 노는 것을 좋아했다.그는 "어렸을 때 돈이 있나요. 그 시절에는 사진기 없어서 그래도 수학여행가서 사진 찍고 싶어서 빌려서 친구들 찍고, 풍경 찍고, 사진관 찾아가 현상하는 법 배웠다"며 "사진이 유일한 놀이터이자 놀잇감이었다"고 말한다.48년간 사진을 수도 없이 찍었던 김석원선생은 아직도 사진 한 장 한장의 이야기를 하시며 설렘 가득한 떨림의 눈빛이다.

현재까지도 새벽 4~5시면 사진 찍으러 나가는 김선생.요즘같이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김 선생의 작업에 최적화된 날씨일 것이 가장 선호하는 테마가 설경, 하얀 꽃, 흑과 백 유독 겨울을 선생의 작품에선 많이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아직까지 세단을 한 번도 몰아본 적이 없다. 산행을 위해 짚차를 타고 다니는데 요즘엔 자식들이 사진작업을 못하게 해 몇 일전 몰래 스노우타이어로 바꿔 끼웠다. 오전 5~10까지는 만물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느낌이다. 작업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라 집에 가만있어도 그곳에 가면 이런 모습이겠지라는 생각에 가만 못 있겠다."이렇게 말하는 김 선생은 아직도 한 컷의 자연과 소통에 설레여 보였다.

산행을 떠나 사진 찍는 걸 가장 좋아하는 김 선생은 "겨울에 한라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엄청 고생도 하고, 강원도에 가을 사진 찍으러 갔다가 물에 빠지는 바람에 카메라를 빠뜨릴 수 없어 왼쪽다라를 부상 당해 두 시간동안 다리를 절며 내려왔던 기억이 있다"며 "심한 부상으로 그때 처음 사진을 그만둬야하나 생각했다"고 회고했다."하지만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는 김 선생은 인터뷰가 끝난 후 걷는 뒷모습의 움직임엔 그간 사진작업에 힘들었던 모든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보였다.
 

김선생은 한편으로 엉뚱한 취미인 듯 취미가 또 생활인 듯 가족에게 미안함을 표했다.그는 "노후 대책없이 살아 아내와 자식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그래도 그 미안함도 순간뿐 사진 작업을 최소의 장비로 하다 보니 가장 좋은 순간을 노칠 때가 많아 그 아쉬움 또한 크다"며 항상 과거 사진보며 아쉬움이 얼마나 큰지, 가족 이야기 중 또다시 사진 이야기로 돌아갔다.아직까지도 사진 작업하러 나가는 것이 어렸을 때 떠나는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보이는 순수함을 간직한 김 선생의 작품에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보인다.
 

자신이 변화되기에 먼 걸음을 자초해 어떠한 소재든 두세 번 꼭 작업한다는 김 선생."주의에선 뭐하려고,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찍은 풍경을 또 찍고 또 찍냐며 걱정을 한다. 과거에 찍었던 소재들도 지금느낌이 다르기에 또 달라진 느낌을 작품에 담을 수 뿐이 없다."설경을 유독 작품에서 많이 만나 볼 수 있는 김 선생은 "예전엔 새파란 하늘에 하얀 설경을 좋아해 작업했었는데 요즘은 1㎝씩 찢어지듯 하나하나 눈이 실제 내리고 있어 살아 있는 듯 한 동양화 같은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을 좋아 한다"라 말하는 김 선생은 자신이 변화되기에 작업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사진을 위해 평생을 부지런 떨던 김 선생은 "사진 찍으며 자연과 이야기 나누고, 맑은 공기를 호흡하고 또 걷고 지금까지도 사진 덕분에 건강하게 사진 작업할 수 있다"며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작가가 말하는 사진이란.
 
요즘엔 편하게 화려함 가득한 칼라를 선호하지만 아직 흑과 백의 무게감과 아날로그의 흑백의 매력을 선호한다.현대엔 사진의 새로운 용어들이 많이 나왔어요. 쑥스럽게도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사진은 예전이나 현대나 인간과 삶에 대해 많은 연구를 통해 그 순간의 단면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현재 시절이 하루하루 없어지기에 작업을 할 때 우연히 만나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절 시간 변화에 따라 풍경을 두세 번 만날 때 더 좋고 재미있다.

두세 번 찾아 갔을 때 세월의 흔적이 나무에 이렇게  남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사진은 단순하게 한순간 찍는 것이 아니다. 사진 한 장을 두고 사진을 보는 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을 남겨야한다.요즘은 스마트폰세대여서 어린이든 어른이든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편하게 접한다.모든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며 사진기를 꺼내드는 사람을 만나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하고 기분좋아진다. 그냥 단면만 찍는 단순한 작업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학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앞으로 디지털문화가 더 발전 할 텐데 후손들에겐 필름세대는 잊혀져갈 지도 모른다.
풍경에도 그 시대의 화려한 느낌이 있다. 10년이 흐른 뒤를 위해 그때 당시의 느낌을 적절한 시간에 잘 기록해 둘 수 있는 것이 사진이다.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도 그 시대의 단면을 과감한 포토샵 작업을 해 남기는 것 보다는 그 시대의 색감에 맞게 사실그대로의 느낌을 남겨 주었으면 좋겠다.
 

먼 후세대에 그 시절을 순수하게 그대로 느껴볼 수 있도록 지나친 작업은 피해 그 시대의 색감을 사실그대로 남겨주길 바란다.앞으로 5년 단위로 발전하고 바뀔 텐데 사진인 들이 후손을 위해 영상을 남겨놔야 한다고 생각한다.외국에도 너무 멋있는 것들이 많지만, 지역에서도 후학들을 위해 나무숲, 시대, 환경이 바뀌는 역사를 남길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가, 환경, 연대를 담아 후세들에게 남겨지길 바란다. 그림으로 표현 할 수 없는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본인의 사진 안목이 어느 분야에 있든 작업 전에 많은 분석을 통해 시작하길 바란다.일단 찍은 후에 작업해야지 라는 안일한 작업은 아니길 바란다.인간 삶 현재의 단면 또 전.후 연대별 분석이 필요한 작업이 이어지길 바란다.
 

작가의 느낌을 실어 인간 내면이 담겨있는 표정에 수심 또는 환희 어떤 것을 표현해 낼 것인지 고심이 필요하다.사진을 그냥 찍는 것은 아니라 내면에 깊이를 찾아  사진작가의 고민이 항상 한 컷 한컷에 담기길 바란다.작가의 주관을 갖고 인간과 삶 에대한 깊이를 알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