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요즘 2030세대들이 집을 구하기가 참 힘들다.

청년층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걸쳐 대두된 문제이지만, 이전 세대에 비해 치열해진 취업 경쟁과 늦춰진 입사로 인해 저축한 돈이 별로 없는 청년세대에겐 더욱 심각하게 와 닿는 이야기가 되고 있다.

충청권 도시의 경우 불과 3년 전에 3억 초반이었던 신축 아파트 전용면적 84㎡ 가격이 현재는 최소 5억 원부터 시작한다.

전세 가격도 1억 후반에서 3억 후반대로 급등했고, 월 임대료 또한 6~70만 원에서 1백만 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상황이 이 지경이다 보니 이제라도 ‘영끌’해서 아파트를 추격 매수해야하나 싶은데, 혹시나 고점에 매입하는 게 아닌가, 두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당분간 전세나 월세로 살자니, 그 사이 또 집값이 오르면 몇 년 뒤엔 유주택자들보다 훨씬 뒤처지고 초라한 자신과 자산을 마주할 것 같아 섬뜩하다며 조언을 구하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부동산 거래와 계약 경험이 없거나 적을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불안과 고민이 심각한 편인데,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집 구할 때 체크 리스트’를 안내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용 자금을 상세하게 파악하라.

주거 마련에 사용 가능한 금액 한도가 얼마까지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구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능력 이상의 비싼 집을 구하는 경우도 문제이지만, 본인의 자금 여력을 실제보다 낮잡아본 탓에 맘에는 들지만 3~4천만 원정도 더 비싼 지역 대신 그냥저냥 살만한 하급지의 집을 선택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고는 지인에게 ‘거길 살 바엔 돈 좀만 더 보태서 저길 사지 그랬어’라는 핀잔을 듣는다.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선 남편이 몰래 챙겨둔 비상금, 직장 퇴직금의 중간 정산금액, 부모님에게 융통 가능한 자금 등등 내가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의 최대 규모가 얼마인지 샅샅이 조사해둬야 한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또, 대출이 필요할 경우 은행 창구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 받아야 한다. 무주택 젊은 서민이 지방의 주택을 매수하거나 전세를 얻을 땐, KB부동산 시세의 대략 60~70%정도까진 대출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내 자금의 약 3배 정도 되는 가격대의 매매 또는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대략적으로 가늠한 금액이니까 정확한 대출가능 금액은 은행 대부계 직원에게 꼼꼼하게 상담받길 권장한다. 집 알아보는 건 중개사에게, 대출은 은행 직원에게 물어보는 게 정답이다.

둘째, 부동산 앱을 적극 활용하라.

원룸 매물 소개에 국한되었던 부동산 어플리케이션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아파트, 주택, 토지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집을 구하는 입장에서 발품 팔지 않고도 손쉽게 시세와 매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보유 현금과 대출 가능 금액 합산의 3배 정도 시세의 집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리해보자. 최근 실거래가와 시세 추이, 학군 정보 등을 확인한 후 2곳, 많게는 3곳 정도로 후보군을 좁힌 후에 최종적으로 부동산 중개사 사무소를 방문하면 되겠다.

셋째, 중개사무소는 절대 혼자 방문하지 말라.

부동산사무소는 반드시 부부가 함께 가자. 미혼이라면 애인 또는 부모님과 동행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매물을 고르고자 여러 집을 방문하다보면, 집집마다의 특징을 잊어버리기 십상이고 크고 작은 하자 부분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도 생긴다.

공인중개사가 꼼꼼하게 봐준다곤 해도 나와 중개사 2명이 볼 때보단 1~2명의 눈이 추가되는 게 아무래도 유리하다.

넷째,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최소 3곳 이상의 집을 방문하라.

신축 첫 입주하는 새 아파트면 모를까 준공 후 5년 이상 지난 곳은 동일한 아파트라고 해도 집집마다 상태가 극명하게 차이난다.

관리가 잘된 집은 누가 봐도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반면에, 주인이 험하게 사용한 집은 불과 4~5년 밖에 되지 않은 신축인데도 내부 인테리어를 전체적으로 다시 해야 할 만큼 생활 마모가 심하고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

▲ 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 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또, 관리가 잘 되고 동호수도 좋은 집은 시세보다 높은 호가에 나오는 게 당연한데, 요즘 같은 시장 활황기에는 관리가 소홀한 집도 그리 싸지 않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많아 호가 상으론 어디가 더 나은 집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따라서, 내 자금 계획 이상의 비싼 호가의 집이더라도 일단 그 아파트 단지 내 동일평형에서 가장 비싼 집은 꼭 봐야하고 반대로 가장 싼 집과 중개사의 추천 매물 1~2곳도 함께 방문하길 권장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그 아파트의 평균 컨디션을 파악하기가 쉬우며, 어떤 집이 내부 상태 대비 저렴하고 어떤 집이 배짱을 부리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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