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민 충청일보부동산전문위원/청주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충북의 집값이 작년 말부터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매매가격 지수 측면에선 상승곡선을 그리는 지역이 여전히 많지만, 아파트 단지별로 파악하면 실거래가격이 작년 대비 10% 이상 하락한 곳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러한 현상은 양도세 완화와 보유세 문제, 그리고 시세 차익 실현 매물 급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올해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임대차3법 개정 유보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과 6월 이후 절세를 위한 급매물의 실종, 새 정부의 취득세 및 대출 규제 완화 기대감 등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매매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충북 아파트의 가격 조정을 두고 대세 하락을 운운하기엔 시기상조인 듯하다.
그렇다면 현재부터 6월까지가 충북 아파트를 매수할 적기이고, 무주택자라면 무조건 지금 집을 사야할 시점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되도록 매수를 권장하는 입장이다.
청주와 충주, 제천시 등으로 대표되는 충북 아파트 시장은 앞서 언급한대로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해서 약 2년 동안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한다.
실질 공급량은 평균 수요량 대비 적은 편이고,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는 꾸준히 상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주와 충주 등은 일자리와 인구, 세대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산업 도시여서 중장기적으로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으며, 어느 순간 집값 변곡점을 맞이해 가격 하락기가 찾아올 순 있어도 결국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한 아파트 시세는 장기적으로 우상향일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2년 정도 단기간의 거주지 선택이나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매수라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4~5년 이상 무주택자로 머물던 사람이 지금 집을 살지 말지 고민이라고 얘기한다면, 차라리 사지 말라고 답변해주겠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에는 충북을 포함한 지방 아파트 시장의 대세 하락, 침체기였다.
지역 주민의 소득 대비 아파트 가격이 가장 저렴한 수준까지 떨어진 시기였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지금까지 무주택자란 얘기는 시세가 더 떨어질 것을 두려워해서 이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더불어 2020년 초, 충북 집값이 본격적으로 반등하여 수많은 인원이 집을 살 때에도 목도만 하고 있었으며, 뒤이어 급등세를 보일 때에는 너무 비싸졌다며 매수 행렬에 가담하지 못했단 소리이기도 하다.
심지어 작년 말부터 집값이 수천만 원 정도 하락해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또 더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부류가 바로 이 4~5년 이상 된 무주택자들이다.
결국 시장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집을 고르지 못하는 선택 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며, 어찌 보면 유주택자나 다주택 투자자, 공인중개사 보다 집값을 더 예민하게 신경 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민이 기거할 집은 한 가정의 보금자리로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하거늘 요즘 사람들은 너무 투자 자산 위주로만 생각한다며 불만을 표하지만, 정작 본인이 시세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이다.
특히, 지금 이 순간에도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면서 이 칼럼을 읽는 여러분은 부동산에 관심이 많으면서 겉으론 아닌 척하며 결정을 유보하는 성향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는, 여러분이 설혹 집을 매수하더라도 이러한 성향을 간직한 채 거주한다면 그때부터 매년, 매월 본인의 집값을 체크하고 혹시 떨어지진 않을지, 또는 왜 옆 단지보다 적게 오르는지, 혹시 잘못 선택한 건 아닌지 불안에 떨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거주할 공간을 마련한 게 아니라 수 억 원 어치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매수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것도 대출을 몇 억씩 받아서 말이다.
그렇게 부동산 고민에 빠져 살 바에는 차라리 집 사는 건 먼 미래의 일로 미뤄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따라서 몇 년째 결단을 내리지 못한 무주택자는 오히려 집 매수를 말리고 싶다.
괜히 남들 따라서 수억 원어치 주식을 덜컥 산 후 불안에 떨며 전전긍긍하고 살 바에야 맘 편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다만, 결혼 시기에 맞춰 본인 자금으로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하려는 젊은 세대이거나 구축에서 신축, 소형에서 중형 이상으로 갈아타기를 검토 중인 세대에겐 현 시점에 충북 아파트 매수를 권장한다.
근래 들어 준신축급 위주로 아파트 가격 조정이 이뤄진 상황이라서 비교적 나쁘지 않은 매수 시점과 가격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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