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동산 투자자의 자세
[윤여민 충청일보부동산전문위원/청주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집값 하락 지역이 근래 들어 늘어나는 추세이다.
서울은 거래 절벽 현상을 보이는 중이며, 대구와 세종 등 작년과 재작년에 급등했던 지역은 매매가격 지수가 급락하고 있다.
대전과 천안도 가격 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며, 청주도 지수 상으론 강보합세이지만 실거래가격이 고점 대비 10프로 이상 떨어진 단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이렇듯 조정기를 맞이한 가운데 일부 중소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목이 끌린다.
충청권의 경우, 충북 충주와 제천시가 작년에 비해 상승 폭이 축소되긴 했으나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고 충남에선 서산과 보령 등 소도시의 가격이 우상향 중이다.
전국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곳은 경기도 이천시와 경남 창원, 강원 강릉과 전북 군산시 등이 있다.
이천시의 경우, 서울·인천·경기권 집값이 작년 하반기부터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울분을 토해내듯 무서운 기세로 오르는 중이며, 경남 창원은 공급 부족 현상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강릉과 속초, 군산과 안동 등 작은 도시들의 오름세도 대단한 편이다.
경남 창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인구 30만 이하의 소도시 집값이 이렇게 약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몇 년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뒤이어 지방 대도시 순으로 불타오른 집값과의 키 맞추기 현상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몇 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을 견인해온 대도시들 대부분이 2020년 12월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었고, 뒤이어 대출 규제 강화와 취득세 중과로 인해 수요층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졌다. 반면에 지방 중소도시는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실수요 및 투자 유입이 한결 수월한 덕분에 여전히 가격 상승이 진행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이유는 각 시군구별로 가격 상승과 하락 패턴이 상이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혹자는 서울 집값이 안정화 국면이고 거래 절벽 현상을 나타내고 있으니 지방 작은 도시의 주택가격도 덩달아 급락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지만 과거의 가격 지수를 살펴보면 서울과 지방의 집값 추이는 오히려 서로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서울 집값이 하향세를 나타낼 때, 충북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고, 반대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 충북은 하락 추세를 그리기도 했다.
서울·수도권과 다른 지방 시도를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괘를 같이 하는 지역도 있는 반면에 오히려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는 곳도 많다. 각 시군구별로 주택 인허가 물량과 수급 상황, 지역 경제의 흥망성쇠 흐름이 제각각이다 보니 공동주택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시기와 시장 활성화 정도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아무리 지역적 특성이 존재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연동되는 한 국가의 도시들이기 때문에 매번 다른 가격 패턴을 보일 순 없다. 실제로 외환 위기나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는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 집값이 급락세를 나타냈다.
반대로, 그 경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시기에는 일시적이나마 전국적인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전국적, 또는 전 세계적인 폭락과 급등 사이클 시기를 제외하고 단기간의 가격 조정기이거나 완만한 시세 상승장에서는 대체로 각 도시별 주택가격 등락 주기가 다른 양상을 띠어왔다.
그런데 근래 들어,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단기적인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이를 억제하기 위해 추진되는 미국과 국내의 금리 인상 및 긴축 정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경기 악화가 우려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집값이 오르는 지역보단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띠는 지역이 점차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우려되는 경기 침체는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단 충격이 훨씬 덜할 것이며 영향을 받는 기간 또한 상대적으로 짧을 것이다.
마치 10년 전인, 2011년 남유럽 재정 위기 이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클 텐데,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고물가에 대한 불안과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팽배해졌고 그 탓에 증시나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당시 서울 집값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충격에서도 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에 봉착했고, 더불어 강남 등 서울 위주로 적용되는 부동산 규제가 완전히 해제된 시기도 아니었으며,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 공급 등이 진행되는 중이었기 때문에 가격 하락기가 한동안 더 지속되었다.
반면에 지방의 일부 광역시나 중소도시들은 미국 금융위기의 풍파가 휘몰아친 후 한국은행이 2010년부터 계속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 급반등에 성공했다.
그후 반대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불안심리로 인해 2012년 하반기부터 또다시 주춤거리긴 했지만 13년도 하반기 이후 점차 가격 상승폭을 키워나갔다.
대표적으로 충남의 천안이 그랬었고, 충북 청주와 강원 원주 등이 그러했었다.
따라서 현재, 또 다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고 경기가 악화되는 국면이라고 해도 무조건 전국의 모든 집값이 떨어지리라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 지역에 따라선 큰 충격 없이 완만한 상승을 이어가는 도시가 있을 테고, 어떤 지역은 잠시 흔들리지만 금세 회복하고 상방으로 치닫는 곳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경제 위기가 올 거라고 잔뜩 움츠려있기 보단 과연 어느 지역이 이 불안한 시장에서도 살아남을지 분석해두고, 그 지역 부동산의 적당한 매수 시기와 가격을 가늠해두어야 한다. 그렇게 위기를 기회로 삼을 발판을 마련해두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가 아닐까,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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