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청주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집을 언제 팔아야할까? 작년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인해 철옹성 같던 집값 상승폭이 축소되자 본인이 보유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까 봐 불안해하는 유주택자들이 많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광역시에선 집값이 하락 추세로 전환되기도 했으며, 충청권 등 지방 도시의 아파트도 작년 최고점 대비 수 천 만원 저렴한 급매물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중이다. 그 탓에 가격

▲ 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 윤여민 부동산전문위원(집현전공인중개사무소대표)

이 더 떨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집을 팔아야하는지, 아니면 시장을 관망하며 보유하다가 적절한 매도시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늘어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지방 도시 특히 충청권, 그 중에서도 충북 청주시의 아파트 시장에 대해선 본지를 통해 올해에는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밝힐 만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주 집을 급히 팔 필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엔 언제나 변수라는 게 존재하고 항상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기 때문에, 혹시라도 시장 하락기를 불러올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지 매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오늘은 충청권, 특히 청주시 신축 아파트 시장을 기준으로 부동산 하락기를 야기하거나 침체기 초입을 알리는 징후들을 알아보겠다.

 

이럴 땐 집을 팔아라. 주택 시장 침체 시작을 알리는 징후 첫 번째는 ‘미분양 물량의 적체’이다.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신규 분양도 쉽사리 완판 되던 도시에서 미분양이 발생한다는 건 등락 전환기가 도래했다는 대표적인 징후 중 하나이다. 부적격 당첨 세대 등의 이유로 잠시 미계약 물량이 나오는 정도는 심각하게 받아드릴 필요가 없지만, 미분양이 3개월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면 슬슬 시장의 ‘끝물’이 왔다고 볼 수 있다.

상승가도를 달리던 과거의 청주 아파트 시장도 2014년 하반기에 미분양 물량이 소폭 증가하자 집값 오름세가 한풀 꺾였고, 미분양이 2백 세대 이상으로 급증한 2015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약보합 및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후미진 외곽의 나홀로 신축을 제외하고 시내권 일반 분양 아파트에서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노란불이 켜졌으니 주의를 잘 살피고 추격 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심지어 미분양 물량이 2~3백 세대 이상 유지되며 3개월 이상 해소되지 않는다면 빨간 불이 켜졌으니 이제 멈춰야 할 때임을 깨닫고 집을 매도하는 게 옳다.

주택 시장 침체 시작을 알리는 징후 두 번째는 ‘2% 대 경제 성장률과 전국적인 부동산 세제 완화 정책 시행’이다.

올해 대선 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부동산 공약 중 하나로 양도세 완화로 내세우고 있다. 다주택자들의 아파트 매도를 유도하여 집값 안정화를 꾀한다는 논리인데, 취득세와 보유세를 현행 유지하거나 강화하면서 양도세를 대폭 완화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신규 취득은 어렵고 파는 건 수월하다면 당연히 매수자보다 매도하려는 인원이 훨씬 많아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대선 공약을 살펴보면 취득세 또한 완화하거나 감면해주고 양도세는 중과세 정도만 잠시 유예해주는 차원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선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매수 심리가 여전히 강하고 단기 공급 물량도 많지 않은 청주와 같은 일부 지방 시장에선 효과를 보기가 더욱 힘들 듯하다.

부동산 세금 완화 정책이 집값 안정화를 넘어 하락세를 불러오는 효과를 거두려면 국내외 경기 침체 우려가 팽배해질 때 펼쳐야 한다. 역사적으로 청주의 집값이 하락했던 시기는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국내외 경제가 크게 요동쳐 한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때가 대부분이다. 그 외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진 아니더라도 저성장의 늪에 빠지다가 결국 2% 대의 저조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2015~2016년에 들어서야 청주 등 지방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당시 정부는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득세를 인하하고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를 5년간 면제해주며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완화하는 등 부동산 매매를 적극 응원하는 기조의 정책을 펼쳤다. 덕분에 서울과 일부 경기도 지역의 매수세가 강성해졌는데, 반면에 투자 자본이 수도권으로 유출된 지방은 점차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경기가 둔화되어 매수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전국적이고 일률적인 세제 감면 정책이 공표되면, 시중 자금은 이왕이면 서울로 집결하게 되므로 지방 주택 시장은 자연스레 침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서울 집값만 잔뜩 오르는 것도 아니다. 경기가 침체된 와중에 공표된 세금 완화는 궁여지책이기 때문에 오히려 규제할 때보다 저조한 상승률만 달성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집을 사’라고 등 떠밀던 박근혜 정부 때보다 ‘집 사지 마’라고 뜯어 말리던 문재인 정부 집권기에 서울 집값이 훨씬 큰 상승 폭을 기록하지 않았나.

쉽게 말해 정부 정책의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얘기이다. 특히 뉴스에서 올해 대한민국 경제 성장률이 2% 대 혹은 그 이하로 전망된다고 하며 정부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세금 인하 등 부동산 살리기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면, 청주 등 충청권 아파트는 매도할 시기라고 보면 된다.

주택 시장 침체를 알리는 마지막 징후는, ‘조정 대상지역 및 청약 과열지역 해제’ 이다.

이 내용은 청주나 천안 등 조정 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방 도시에 국한된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조정 대상이나 투기 과열 지역에서 해제 되면 부동산 세금이나 대출 한도 등 까다로운 규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엄청난 매수세와 가격 급등을 야기한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한 번 규제 지역으로 묶은 곳은 웬만하면 잘 풀어주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대선 이후 바뀐 정부에서 청주에 가해진 규제를 풀어준다면 어떻게 될까? 일시적으로 엄청난 수의 외지 투자자가 몰려 들 테고 청주 시민 중 일부도 덩달아 매수 행렬에 가담해 단기에 청주 집값이 또 한 번 껑충 뛰어오를 것이다. 하루아침에 평균 호가가 2~30% 상승하고 실거래 가격도 최소 10~15프로 이상 오를 수 있는데, 청주의 신축급 아파트 기준 최소 5천에서 많게는 1억 원 정도 급등한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신규 아파트 분양권의 전매 제한도 풀린다는 점이다. 그동안 청주는 청약 당첨 후 3년 동안 분양권 매도를 할 수 없었다. 덕분에 매수 대기자 입장에선 청약에 당첨이 되지 않는 한 웃돈을 얹어서 사고 싶어도 신축 아파트를 매수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이유로 청주 아파트 신규 분양이 꾸준히 진행돼 왔음에도 해당 아파트 매물은 정작 매매 시장에 나오지 않는 ‘가공급’ 물량이 되어 실질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유발했다.

그런데 조정 대상 및 청약 과열지역에서 해제되면,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거의 모두 전매가 가능해져서 그대로 주택 매매 시장으로 나오게 된다. 더불어 몇 년 전 조정지역에서 해제된 부산 진구와 남구 등의 사례를 비추어 보면 규제가 풀리기 전에 분양한 아파트도 전매 제한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만약 이렇듯 기존 아파트의 전매 제한 해제 또한 소급 적용된다면 수많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하루이틀사이에 호가가 수억씩 오르는 판국에 신축 분양권을 쉽사리 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가격 상승기 초입에 규제가 풀렸다면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매도를 보류하는 집주인이 대부분일 터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승 초기라기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차익도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한 상태이다. 거기에 더해 하루 만에 수천 만 원 정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 슬슬 적당히 팔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매물이 서너 달 이상 서서히, 그렇지만 꾸준히 누적되다보면 프리미엄의 가격도 점차 낮아지고 주변 기축 아파트의 시세 또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앞선 두 가지 하락 징후는 향후 1~2년 간 발생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조정 해제는 정권의 선심성 정책으로 근시일 내에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가장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따라서 조정 대상지역 해제가 발표되면 한 달 정도 지켜보다가 시세 대비 약간 낮춘 가격에 매도하는 게 최고점에 익절할 수 있는 매도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이외에도 미국과 한국의 꾸준한 금리 인상이라거나 전세가율 및 전세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등 청주를 비롯한 지방 도시 아파트 가격의 하락 징후는 여럿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징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 변화만 주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얘기하자면, 위 세 가지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신축급 아파트 가격은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굳이 급하게 매도할 필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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