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대학마다 꿈으로 출렁거리는 새 학년이다. 필자 역시 40여년 응결된 경험을 풀어낼 대학 강의 준비로 설렌 지 3년째다. 늘그막에 쓸데없는 짓거리냐며 강력 제재를 받지만 아직 익숙한 퍼포먼스가 보약인 걸 어쩌랴. 예부터 아이 한 명을 제대로 키우려면 동네 구성원 모두 나서야한다’고 했다. 미래는 교육에 의해 정교하게 결정된다는 것은 만고불변(萬古不變) 진리다.

최근 선생님에 대한 권위가 팔 비틀기로 자주 비화한다. 사람이 교과서처럼 살 수는 없다. 원칙을 앞세우던 선생님도 제자와 관련된 일 앞에선 흔들린다. 아이들에게 자아를 형성해갈 시공간(時空間)마저 부족한 건 여전하다. 결국 부모의 욕심·훈육방식·환경적 상호작용이 크다.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므로 지혜는 대화에서 나온다고 했다. 살다보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도·조언해 줄 사람이 절실할 때가 있다. 생각과 대화마저 ‘검색·접속’으로 대체되고 관계 맺기는커녕 소통 난감의 시대 학생들 현주소를 무시하지 않는 생명적 멘토, 바로 원만한 인격을 지닌 선생님 아닐까.

욕설을 달고 사는 청소년들의 일상 언어를 들여다보면 소름끼친다. ‘가정교육과 공교육이 일그러진 결과’로 축약된다. 낯을 붉힐 만큼 상스럽고 폭력적인 비속어를 쓰는 아이들 앞에 경고 한번 없는 선생님 숫자가 압도적 통계다. 어설픈 논리나 키워드로 딱 잘라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는 이유에서다.

AI시대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성의 직접 회로로 학교·가정·사회가 하나 된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아직도 ‘교과 성적이 뒤지면 모든 걸 못하는 걸’로 편향된 등급화, 실패자 논법부터 위험요소다. 언어중심교육에 버려진 아이들 뒤로 비언어적 재능과 에너지를 품은 아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사람 교육의 마지막 보루, 뭐니 뭐니 해도 배려와 존중을 앞세운 ‘더불어 살아갈 가슴 따뜻한 사람’ 만들기로 창의적 심미성 짙은 선생님을 꼽는다.

새 학년 준비를 위한 선제적 대응차원의 충청북도교원 인사 발령이 조기 매듭 됐다. 학교가 좋고 교실이 좋고 아이들이 좋아야 한다. 교(敎-지식) 그리고 육(育-지성)은 가르침과 배움 간 감흥의 교차다. 버티다 버티다 '선생님이 학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막무가내 교육현장'을 떠난 명예퇴직 교사가 늘어 뒤숭숭하다. 임용고시만 잘 치면 교원자격증은 쥘 수 있어도 역할과 책무는 다르다. 선생님 심장부터 달라져야 비로소 교육도 얘기할 수 있으리라. 천직으로 사도(師道)의 풀무질만이 유일한 교권부활의 답이다. 새 학년 새 출발, 다부진 우교심(憂敎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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