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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흥덕문헌연구소장30년 살던 곳을 떠났다. 젊음의 대부분을 보내며 아이들을 키우고 내보낸 익숙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같은 도시에서 집을 좀 옮긴 것뿐인데도 심리적으로 꽤 심란하다.내 집 장만을 못하고 직장을 따라 전전하던 젊은 시기에는 전셋집을 얻어 일이 년이 멀다고 이사를 했었다. 이사라는 게 금전적·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꽤 부담되는 행사였지만, 여러 번 하다 보니 군 짐도 별로 없고 나름 요령도 생겨 부담스러웠던 기억은 별로 없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희미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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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11.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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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흥덕문헌연구소장동창회 행사에서 고등학교 시절 친구를 만났다. 함께 어울려 다니며 그 또래의 걱정을 나누며 한 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였다, 졸업 후 각자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게 되며 한동안은 당시의 거의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던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요즘 같은 스마트 기기가 없는 시절이었으니 점점 소원해지다 각자의 생활이 바빠 연락이 아주 끊어져 버렸을 것이다. 몇십 년 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꽤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친구는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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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09.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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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흥덕문헌연구소장40년이 넘게 생업을 위해 절제하고 인내해 온 ‘현재의 나’에게, 그 시간을 잘 견뎌온 ‘과거의 나’가 주는 선물이란 마음으로 은퇴 여행을 다녀왔다. 이탈리아 남부의 몰타에서 시칠리아를 거쳐 북부의 돌로미테까지를 종주하는 40여 일의 짧지 않은 일정을 친구 부부와 4명이 일행이 되어 함께했다.여행을 다녀온 후 주위에서 들은 가장 많은 말이 가족도 아닌 일행과 긴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여행 중 서로 다퉈 불편함은 없었느냐는 질문이었다.여행을 같이 가봐야 그 사람의 진실한 실체를 알 수 있다는 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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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08.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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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흥덕문헌연구소장며칠 전 통조림과 주스 생산의 대명사인 미국기업 ‘델몬트 푸드’가 경영난으로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오렌지 주스로 유명하고 장년층에게는 쓰고 난 주스 병에 보리차를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는, 이른바 ‘국민 물병’이었던 기억이 생생한 델몬트사가 139년 만에 역사의 뒤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하며 영원할 것 같은 기업이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몰락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불과 2, 30년 전에만 해도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으로 바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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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07.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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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흥덕문헌연구소장동일한 물건도 시간이나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어린 시절에 가치 있던 장난감이 어른이 된 지금은 별 가치가 없을 수 있고, 어른이 좋아하는 돈이 어린이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열대지방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얼음 한 덩이와 북극지방의 얼음 한 덩이의 가치가 같을 수 없다. 조난해 굴속에 갇힌 광부에게는 먹을 수 없는 금덩이보다 밥 한 그릇이 훨씬 더 가치 있을 것이며, 목마른 자에게 천금 같은 가치가 있는 물이 물고문당하는 이에게는 두려운 고문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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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06.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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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세상에 존재하는 것들 대부분에는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모조품이 존재한다.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 작품에도 모작이나 표절이라 불리는 짝퉁이 존재하고, 명품이라 불리는 제품에는 짝퉁이라 불리는 이미테이션이 존재한다. 동양의 베네치아니, 영남알프스니 어쩌니 하는 지리적 짝퉁도 존재하고, 유명인인 누구와 비슷한 어디의 누구라는 인간 짝퉁도 존재한다.상업적인 측면에서 사용 가치만 중시한다면 진품과 비슷한 품질이면서 저렴한 가격의 제품인 모조품을 선택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가격 대비 상품의 질이 좋아 시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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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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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날짜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긁지 않은 복권이 주는 막연한 기대감처럼, 기간이 확정되지 않은 미래의 어떤 일에 대해 인간은 긍정적 기대를 한다. 또한 불행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의 일로 여긴다. 죽음에 대해서도 그렇고 죽음을 향해가는 길 도중에 겪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그렇다. 언젠가는 분명하게 다가올 일임에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삶은 대부분 예상대로 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길이 바뀌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시간에 갑작스럽게 길을 달리해야 할 일도 생긴다. 어머니의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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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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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아침으로 시작한 하루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낮을 지나 마무리하는 저녁을 거치면 고요히 침잠하는 밤으로 끝이 난다. 한해도 새싹 돋는 봄으로부터 녹음 우거진 여름을 거쳐 열매 맺고 낙엽 지는 가을을 지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얼어붙는 겨울로 마무리를 한다. 세상에 끝없는 영화나 영원한 젊음은 없으며 계속되는 절정도 없다. 자연의 섭리처럼 흥망성쇠라는 흐름을 따라 세상은 진행되고 결국은 끝이 나고 만다. 꽤나 먼 길을 돌아온 내 삶도 이제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그리고 먹이고 살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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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03.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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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애정이 식지 않은 연인과의 결별처럼 불편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했다. 사랑과 헌신을 내주었던 지난 시간과, 함께 견뎌낸 날들을 떠올리며 괴로웠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었다. 불교에서는 생로병사를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은 누구도 피할 수 없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4가지 고통이라고 한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지는 모든 종교와 공동체의 숙제였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이란 없다. 더욱이 그 중 삶의 마무리 단계에서 맞이하게 되는 노병사(老病死)라는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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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02.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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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권신원 전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얼마 전 유명 여배우가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배우에 대한 비난 댓글이 유명을 달리하는 계기 중에 일부였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악플 대처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의가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유명인의 비보가 전해질 때마다 문제가 제기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흐지부지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거 같은데, ‘인터넷 준 실명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 이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다양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바이다.한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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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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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겨울이 시작될 무렵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어머니 전화기로 이웃에 사는 분이 걸어온 전화였다. 어머니가 혼자되고 난 후로는 25년간 거의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안부 전화를 해왔고, 이렇게 반복되는 통화는 어느새 서로에게 꼭 필요한 행위가 되었다. 곁에서 모시지 못하는 내게는 별일 없이 계시고 있음을 확인해 안도감을 주는 통화였고, 늘 자식이 그리운 어머니에게는 자식과의 유대를 확인해 마음에 평온함을 주는 통화였다. 그런데 이렇게 보통의 통화 시간이 아닌 느닷없는 시간에 오는 전화는 무슨 특별한 일이 생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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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5.01.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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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단풍의 계절이 지나가고 겨울이 온다. 나무가 아름다움을 뽐내는 절정의 시절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물론 인간의 오감을 기준으로 정한 기준이긴 하지만, 봄꽃이 좋은 나무도 있고 여름날 무성한 잎의 그늘과 녹음이 아름다운 나무가 있는가 하면 가을 단풍이 고와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나무도 있다.인간의 삶도 그렇다. 어떤 이는 어린 나이에 무언가를 이뤄 젊은 날에 이미 빛을 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말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삶이 빛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낙엽이 아름다워도 이제 잎을 떨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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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4.12.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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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내 나이대의 주변 지인들이 흔히 하는 행사인 효도 관광을 다녀왔다. 비용이나 시간 교통 자연경관 등이 나이 든 부모가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익숙한 곳인 장자제(張家界)를 만석으로 꽉 채운 저가 항공을 타고 비슷한 수준의 승객들과 청주 공항을 통해 다녀왔다. 효도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에게 자식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효도의 방법이 여행 보내주기이다. 이런 개개인의 욕구와 여행사의 상업적 목표가 맞아 여행상품으로 개발된 장자제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평균 20만여 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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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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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체육회 관계자의 약삭빠른 엄살인지 소심함인지 금메달 5개와 15위를 목표로 했던 파리올림픽은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금메달 13개에 8위로 막을 내렸다. 과도한 목표를 잡았다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비난에 비하면, 주먹구구식으로 목표를 정해놓고도 초과 달성하니 그다지 말이 없다. 결과가 좋으니, 여론도 관대해지는 것 같다. 풍성한 결과와 달리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고 시상식 후에 배드민턴협회의 부조리를 폭로한 안세영 선수 사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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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4.10.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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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지난여름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을 다녀오는 특별한 여행을 했다. 고급스러운 편의시설을 다양하게 갖춘 여행목적의 배인 크루즈를 통해서가 아니라 운송을 목적으로 제작한 저렴한 교통수단인 페리를 이용한 여행이었다.청주에서 부산까지 280km, 부산항에서 시모노세키항까지 225km, 시모노세키에서 동경까지 거리는 1000km이다. 시모노세키는 동경보다는 부산까지의 거리가 1/4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이러니 부산과 시모노세키 사이의 대한해협은 울릉도 가는 거리와 비슷하게 가깝다. 부산(釜山)과 시모노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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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4.09.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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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권신원 전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2024년 여름. 더워도 너무 더운 나날의 연속이다. 지겨운 장마 이후 역대급 폭염의 맹공으로 냉방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지난 5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전력사용량이 역대 여름철 최대치인 93.8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력사용량의 증가에는 한낮의 찜통 더위와 더불어 밤에도 그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열대야는 통상적으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로, 낮에 비해 비교적 기온이 낮은 밤에도 열이 방출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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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4.08.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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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조그만 소읍인 고향을 떠나 고등학교를 진학한 이후 잠시 직장 때문에 서울 생활을 한 것 외에는 대부분의 삶을 청주에서 살았다. 젊은 시절에는 내 집이 없으니 몇 번 이사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했고, 30여 년 전 용암지구가 신도시로 개발되었을 때 이곳에 터를 잡고는 이제껏 살고 있다. 내가 나이 들고 늙어가듯, 한때 신도시였던 이곳도 이제는 낡은 구도시가 돼가고 있다. 거주민이 노령화되니 천 명이 훌쩍 넘는 학생으로 붐비었던 이곳의 상당초등학교도 이제는 신입생이 없어 폐교하고 새로 개발된 동남지구로 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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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4.07.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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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수학의 집합에서 어떤 대상이 집합에 속하는지 여부는 객관적 기준으로 명확해야 하며, 주관적인 기준으로 집합의 대상을 정할 수는 없다. 연봉이 1억 넘는 사람의 집합은 가능하지만, 월급이 많은 사람의 집합은 되지 않는다.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의 집합은 되지만 행복한 사람의 집합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만족감이나 행복 등 주관적 감정에 의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수학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 그야말로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고, 불행해 보여도 더 불행한 누군가를 보며 스스로 이만해서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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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24.06.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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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어머니가 아흔을 넘기신 지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몸이 예전 같지 않으시니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하고 외부 나들이도 싫어하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님께 부처님 오신 날은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다. 초파일이 오면 평소 다니시던 절에 가서 스님을 뵙고 연등을 달며 자식들의 복을 빌곤 했었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나간 날들을 얘기하며 즐겁게 보내는 하루이니 어머니에게는 명절과 다름없었다.지금도 어머니가 계속 살고 계시는 내 고향 음성에는 가섭산(迦葉山)이 있다. 이
목요사색
충청일보
2024.05.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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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돼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드라마 ‘삼체(3 Body Problem)’는 중국 작가 류츠신의 장편 SF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소설 ‘삼체’는 다양한 과학적 아이디어와 독특한 전개로 흥미를 끄는 이천 페이지의 대작으로, 그는 이 책으로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과학소설의 노벨상이라 하는 휴고상을 수상하였다. 내용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복선으로 얽혀 있지만 단순화하면 인류의 파괴적 성향과 타락한 도덕 수준에 실망한 과학자가 멸종을 막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계획 중인 외계인
목요사색
충청일보
2024.04.24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