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윤 진천읍주민자치회장

 

[유재윤 진천읍주민자치회장] 지방분권이 최대 화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분권이 더욱 급물살을 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 된지 2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지방 위에 중앙정부가 군림하며 자치란 말이 무색한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더 이상 중앙정부 중심의 체제로는 국가 경쟁력 하락은 물론이고 지역 공동체 해체와 불균형을 해결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주민참여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방분권 실현이 반드시 필요 하다는 중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을 민주주의를 이야기 하지만 현재와 같이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정부로 더 많이 이관되고, 지방정부의 권한이 주민에게 이양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정부는 지난 2013년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로는 주민자치를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실질적으로 주민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주민자치회를 도입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방 될 것 같았다. 공모를 통해 시범실시지역이 선정되고, 특별교부세를 내려 보내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중앙 관계 부처 담당 공무원이 내려와 상주 하면서 사업을 독려 하는 등 요란을 떨었다. 그러나 시범에 나선지 6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 같은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 돼 있는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얘기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명칭이 바뀌고 위촉권자가 읍·면·동장에서 시장·군수로 바뀌었다는 표면적인 현실 말고는 눈에 띄게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이다. 그 이면엔 치밀한 계획이나 준비, 사전검증 없이 이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해 밀어 붙이려던 중앙정부의 안이한 정책도 한 몫 했다. 아무리 좋은 법이나 제도도 그것을 지키고 운영해야 할 사람이 준비 돼 있지 않으면 결국 유명무실해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주민자치회의 전면 시행에 앞서 이를 실현할 다양하고 역량 있는 주민(집단) 파악이 우선돼야 할 것 이다.

또 자치를 활성화하고 민주적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공유와 공론화 과정도 병행 돼야 한다. 법 제정으로 주민자치회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자치활동을 뒷받침할 주민의 권한은 많이 미흡한 상태이다. 권한 부여는 자치능력을 배양하는 지름길이다. 자율적으로 일을 기획·집행 하도록 주민을 비롯한 자치회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주민의 역량이 자라나고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라는 목표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는 한 배다. 지방분권 없는 주민자치는 생각 할 수 없고, 주민자치가 보장 되지 않는 지방 분권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참여와 주민자치, 자치분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힘과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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