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날이 따스해지니 어디 소풍가서 김밥에 소주 한 잔하고 싶다. 하도 세파에 시달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산남동 원흉이 방죽에서 두꺼비가 이동한다고 하는데 이동하는 두꺼비보다 이상하게 두꺼비라고 하면 소주 생각이 나니 제 정신은 아닌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화장실에 앉아 페이스 북을 보는 일이다. 내 페친 중에 대정건설 김성수 대표님이 계시다. 이 분이 페북에 ‘술 나라 헌법’에 대해 글을 올리셨는데 사뭇 재미있다.

이 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려 말에 몽고군이 일본 원정을 목적으로 한반도에 주둔했던 것이 소주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병참기지였던 개성의 아락주, 안동 소주, 진도 홍주, 제주의 고소리술이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고. 조선 말기에 소주가 서민들의 술로 자리를 잡았는데 당시는 마포구 공덕동에서 주로 생산이 되다보니 그런 의미에서 마포최대포집이나 갈비집이 소주와 안주가 결합되어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구구절절이 맞는 말씀 같은데 일제하에 문인들이 술 나라 헌법이라는 재미난 글을 작성했다고 한다.

총 29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재미난 부분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제2조는 술 나라의 영토는 전 세계로 하되 미국과 같은 금주국은 특별 식민지로 함, 그리고 제5조는 술 나라의 수도는 철옹성으로 함이고, 아울러 제7조는 술 나라에 입적한 자는 그 정도 여하에 따라서 주천자, 주대통령, 주대장, 주첨지, 모주병정, 알콜박사, 주태백 등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아호를 부여함이고, 제8조는 술 나라의 작위에 대해 기술한 것인데 술 나라의 작위는 공. 수. 백. 자. 남 5등급으로 하여, 술잔을 잘 비우며 먹는 사람은 공작, 큰 잔으로 두둑이 먹는 사람은 후작, 100잔을 능히 먹는 사람은 백작, 자기 손으로 부어 먹는 사람은 자작, 함부로 부어 먹는 사람은 남작이라 칭함, 재미있는 것은 제15조인데 애인이 있는 사람은 음주 후에 반드시 양치를 하고 키스할 것으로 되어 있단다.

이 부분이 제일 재미나다. 21조로 되어 있다는데 십불출은 ‘술 안 먹고 안주만 먹는 자, 남의 술로 제 생색내는 자, 술잔 잡고 잔소리만 하는 자, 술 먹다가 딴 좌석에 가는 자, 술 먹고 따를 줄 모르는 자, 상갓집 술 먹고 노래하는 자, 잔치 집 술 먹고 우는 자, 남의 술만 먹고 제 술은 안 내는 자, 남의 술자리에 제 친구 데리고 가는 자, 술자리에서 축사 오래하는 자’라고 한다.

내 늦둥이 막내가 고등학생인데 공부를 원수로 여기며 산다. 그래도 나는 이 녀석을 믿는다. 앞으로의 사회는 공부로만 성공하는 시대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궁금해서 막내에게 ‘너 진로를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물으니 대답이 ‘그거 참이슬로 바뀐 지 오래되었는데’이다. 답변 내용을 보니 내 자식이 틀림없는데 ‘에고, 이 녀석을 어이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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