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원 괴산군 사리면장

[우익원 괴산군 사리면장] 지난 1980년대 가수 전영록이 부른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가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사랑을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워야하니까 사랑은 연필로 쓰라는 재밌는 노랫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당시 초·중·고 및 대학 시절을 보냈던 필자도 이 노래를 많이 따라 부르고 들었다. 물론 그때는 노래방이 없어서 라디오나 카세트플레이어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휴대폰이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전에는 모든 소식을 편지로 전했다. 연애편지, 국군장병 위문편지, 결혼소식 등은 대부분 우표를 붙여 편지로 전해졌으며, 간절히 기다리는 소식이 있을 때는 우편배달부 아저씨가 언제 오시나 눈 빠지게 기다리곤 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편지가 오지 않을 때는 하루 종일 속상하고 허탈했던 기억을 누구나 한번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편지를 받으면 천하를 얻은 것처럼 기뻐 바로 답장을 써서 보내고, 또 그에 대한 답장을 기다리던 시절이 흐뭇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엔 소식 전달이 모두 휴대폰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족 간의 소식도, 각종 애경사나 감사인사도 단문 또는 장문의 문자메시지 형식으로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을 이용해 주고받는다. 물론 지금의 방식이 실시간으로 바로 바로 소통할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손으로 직접 쓴 편지만큼 따뜻함과 진정성을 담아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괴산군에서는 민선 7기 군정목표인 '모두가 행복한 희망괴산' 실현을 위해 괴산사랑운동을 적극 펼쳐 나가고 있다.

지난해 괴산사랑운동 선포식을 갖고, 건강한 사회 만들기 등 5대 전략 15개 실천과제를 정해 범 군민 운동으로 한창 전개 중이다. 사리면에서는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괴산사랑운동을 실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손 편지 쓰기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손 편지가 디지털소통이 지배하는 각박한 사회를 진심이 통하는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회로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흔히 보이던 공중전화박스는 물론 빨간 우체통 또한 요즘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따라서 손 편지를 써도 부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리면사무소와 사리우체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늘 비치해 손 편지 쓰기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으며, 우체국 방문이 어려운 주민을 대신해 면사무소에서 편지를 받아 우체국으로 전달해 주는 대행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사리우체국에서는 우표 값을 받지 않고 배달해 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매월 말일을 편지 쓰는 날로 정하고, 각급 기관단체와 주민들이 앞장서 손 편지 쓰기를 실천하다보면 사리면은 물론 괴산군과 충청북도,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이 보다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녀들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빠, 엄마 사랑해요"라고 쓴 정성어린 편지를 받고 행복해 했던 기억을 되살려, 우리도 부모님께 자녀들에게 이웃들에게 손 편지 한 번 써 보는 것은 어떨까?

너무 오랜만에 써보는 거라 쑥스럽다는 생각은 말고, 작게라도 직접 쓴 손 편지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해 보자. '사랑의 손 편지 쓰기' 실천으로 인터넷이나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닌 사람 중심의 인문도시를 만들고, 가족 간 사랑을 전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살 맛 나는 공동체를 다함께 만들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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