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돼 사흘만에 꺼진 산불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초속 20~30m의 강풍을 탄 산불은 축구장 742배에 달하는 산림 530㏊를 태웠으며, 주택 401채, 축산·농업시설 900여곳이 불탔고 1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이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에 대응 수준을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전국 소방인력·장비를 사고지역에 투입해 진화에 나서면서 불길이 그나마 빨리 잡혔다.

발화 지점에서 7㎞ 떨어진 화약창고는 경찰이 화물차를 동원해 5t에 달하는 화약을 이동시켜 대형 사고를 막았다.

학생들이 탄 버스에 불이 붙었지만 교사들의 대처로 화를 면했고, 속초에 있던 학생들도 교육청의 신속한 조치로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지자체는 주민들의 대피를 발빠르게 처리했다.

대통령도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을 찾았고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현장을 방문했다.

큰 불로 인해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많았지만, 이렇게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대응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감동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비교한다면 이번에 보여준 위기 대응 모습은 칭찬을 받기에 충분하다.

피해 주민들이 안정을 되찾고 자신들의 일상에 복귀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금도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고 있고 지원이 쏟아지고 있어 회복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산불 피해를 보면서 소방 장비와 인력이 부족함을 국민들 모두 느꼈다. 강풍이 불 때 산불진압은 중형이나 소형 헬기로는 불가능에 가까운데도 헬기 구입 예산이 없다.

인력은 늘 부족하다. 제천 참사때를 보더라도 장비와 인력의 부족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전국 시·도 임차헬기 운용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20대, 경북 14대, 전남 7대, 강원 6대고 적은 지역은 단 1대, 그것도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의 소방체계 한계가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 산불도 지휘작전실이 꾸려져 전국 소방을 지휘하지 않았다면 피해 규모가 몇 배나 더했을 것이다.

그만큼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소방 체계의 전국적인 일원화 시스템이 시급한데도 관련법이 국회에서 멈춰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까지 이 문제가 올려져 있다.

강원 산불은 지역마다 산불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교훈도 던져주고 있다.

봄철에는 기온이 오르고 건조한 날씨까지 이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쉽다.

충북을 예로 보면 최근 10년간 평균 27.5건의 산불이 발생해 해마다 14.52㏊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됐다.

불이 난 원인을 살펴본 결과 입산자 실화가 36%, 논밭두렁 소각 20%, 쓰레기소각 19%, 담뱃불 실화 5%, 성묘객 실화 5%였다.

산림에 인접한 논·밭두렁 및 농산폐기물, 쓰레기 불법 소각으로 인한 산불도 적지 않다. 자연 발생이 아닌 사람의 실수로 난 불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시급한 소방 체계 개선 노력과 국민 개개인의 화재 발생 우려에 깊은 인식 제고가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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