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구성할 7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둘러싼 여야 공방속에 인사청문회는 끝났다. 청문 결과 7명 후보자 전원이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배제 기준(병역기피·세금탈루·부동산투기·위장전입·논문표절·성범죄·음주운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역시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의혹이 더 커졌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판사는 부업이고, 본업은 주식 투자”란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국회 청문회로 인해 청와대의 인사 검증부실 책임론에 따른 악순환은 개운치 않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흠결이 많은데 비해 청문회가 진행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후보자 모두 청문회 무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바짝 엎드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훈수를 받은 듯, 온갖 의혹에 “반성한다”,“죄송하다”,“사과한다”, "주식을 팔겠다"는 말로 피해갔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마다 제기되는 단골 레퍼토리가 이번에도 빠짐없이 등장한 것은 여전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주식보유 문제로 시끄럽자 헌법재판관은 커녕 법관으로서도 자격 미달이라는 질책이 나왔다. 고위 공직자, 학자, 정치인 등 소위 한국사회의 엘리트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의 윤리 수준과 준법 의식이 이렇게도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 채 연신 고개를 숙이는 장면도 진정성 있는 반성이라기보다 “청문회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면피성 사과로 보였다.

그럼에도 여당은 무조건 감싸기로, 야당은 닥치고 흠집내기로 일관하며 국회 청문회를 정쟁화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여당 중진 의원의 입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처럼 무결점인 분”이라는 낯 뜨거운 말이 나오는가 하면 야당 의원은 공공연히 과거 청문회의 앙갚음을 공언하는 터무니 없는 자료까지 요구해 민망할 정도였다. 이런 국회 청문회가 개개인의 흠결을 털기 위한 질의 정도로 민원을 들이대는 뻔뻔한 장면도 연출됐다. 여의도가 한바탕 굿판을 펼쳐진 듯한 분위가 연출되어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릴 정도다.

공인 의식이라고는 눈 닦고 봐도 발견하기 힘들 정도의 후보자들로 확인됐다. 나아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온갖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 차원의 일탈 후보자도 끼어 있어 일부 후보자는 순수한 국민이면 당장 수사해야 할 정도의 흠결도 지적되기도 했다. 이런 흠결에도 불구하고 추천했거나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청와대의 책임론에는 마이동풍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해도 할 말은 없으나 장관 후보자들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 고위공직자로서 심각한 법·도덕적 흠결이 확인됐는데도 임명을 강행했기에 국회청문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임명을 고려해봐야 할 필요가 있어도 오만에 빠져 국회 청문 결과와 관계없이 밀어부쳤다. 옥석을 가릴 줄 알아야 하는데 문제투성이의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기에 국정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도덕성과 역량을 갖추지 못한 장관이 조직을 통솔, 운영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소신 있는 정책을 밀고 나가기는 힘들 것이다. 청문 결과를 무시한 장관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지 걱정이 된다. 만약 국정에 혼란을 가져오게 한다면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국회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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