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옥천읍 사보협 민간위원장
화재 노인에 보금자리 마련
13년째 마을 공부방 운영도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불의의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노인을 위해 주택 철거에서 신축까지 도맡아 도와준 이가 있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옥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이자 옥천읍 가화1리 이장 정해영씨(63·사진).

그는 같은 마을에 사는 김모 노인의 딸에게서 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그동안 각종 단체 활동을 하며 쌓아왔던 인맥을 총동원해 화재현장 복구에 나섰다. 

정씨의 총지휘로 지역 업체인 강남건설(대표 남정주)에서는 며칠에 걸쳐 포크레인 작업을 하며 무상으로 주택 철거를 돕고, 국보환경(대표 이창묵)에서도 폐기물 처리를 무상 지원했다.  

매일 현장에 나와 작업자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본인 일처럼 정성을 쏟는 정씨를 지켜본 군과 읍 행정복지센터도 폐기물 운반에 필요한 집게차를 지원하고 긴급화재복구비로 300만원을 지원했다. 

노인이 팔십 평생 몸담았던 집이 한순간 허물어진 자리에는 조만간 새로운 보금자리도 들어선다.

옥천읍 행복한 교회 오필록 목사의 소개로 신청한 대한예수교감리회 충북연회 희망봉사단 사랑의 집짓기 사업에 선정돼 현재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 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옥천군 농업인단체협의회장, 옥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 옥천읍 가화1리 이장 외에도 정 씨에게는 또 하나의 명함이 있다. 

사비를 털어 가화1리 마을회관에서 중학생 8명을 대상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마을 선생님이다.  

2007년 이장을 처음 맡은 후 동네 맞벌이 가정 학생들이 방과 후 탈선할 것을 우려해 마을회관에 모아 놓고 공부를 시킨 것이 어느새 13년째가 됐다.

2009년부터는 지역에 있는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국내 우수 대학 출신 군인 3명과 함께 수학과 중국어, 영어도 가르치고 있다. 현재까지 이 가화1리 공부방을 거쳐 간 학생은 총 320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고교에 진학해 최상위권 성적을 내는 학생은 물론, 명문대에 재학 중이거나 공무원에 합격한 학생도 여럿이 있다.  

정 씨는 "월·화요일에는 직접 역사를 가르치고, 수~금요일에는 군인 교사들을 차에 태우고 오가야 해 단 하루도 마을에서 떠나 있지 못한다"며 "돈을 생각했으면 하지 못했을 일, 모든 것을 떠나서 옥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이자 마을 이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일 뿐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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