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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노동의 집약대청호미술관, 상반기 기획전
6월 9일까지 '퇴적된 유령들'
신홍균 기자  |  topgun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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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6  19: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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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 作 'Glass Landscape'.
   
▲ 김윤경숙 作 '그날'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시립미술관 분관 대청호미술관이 올해 상반기 주제기획전 '퇴적된 유령들-The accumulated ghosts'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어떤 대상을 재현하기 보다 긴 시간과 노동집약적인 행위로 최소한의 흔적을 남기는 국내 작가들을 조명한 현대미술전이다.

전시에 초대된 김원진·김윤경숙·김윤수·이규식·이수진·조소희·편대식 등 7명의 작가는 가볍거나 얇은 물질을 소재 삼아 반복적인 행위와 노동집약적인 작업 방식으로 시간성을 보여준다.

1층 로비에는 약 5주 동안 현장에 설치한 이규식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관람객은 대청호미술관 1층 로비에 들어섰을 때 '문자쓰기'로 빼곡하게 채운 이규식의 작품 '李규식'을 만난다. 그는 약 5주 동안 로비 현관문, 유리벽, 기둥, 가벽 등 로비 1층의 시설물과 그 사이 틈새까지 노란 형광색 분필로 빼곡하게 채워 일상의 사소한 것에도 집착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다.

1전시실에선 지층 단면처럼 층층이 쌓인 재료의 물성이 드러나는 편대식·김원진 작가의 회화와 설치작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편대식은 15m 대형 롤지 위에 연필로 빈틈없이 빼곡하게 칠한 작품 '순간'을 대청호미술관 1전시실의 콘크리트 벽면을 감싸는 형태로 설치했다.

어떤 대상을 재현하거나 이미지를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연필의 흔적들과 수만 가지 선이 쌓인 거친 표면 속에 노동의 흔적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원진은 시간의 흐름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기억을 겹겹이 쌓는 드로잉이나 조각 형태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자신의 일상 속 기록물과 수집한 책을 태운 재를 석고와 밀랍을 섞어 층층이 쌓아올리거나 얇은 판형을 만든다.

1전시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깊이의 바다'는 전시 기간 동안 가루와 파편으로 바스러지도록 했고 그 중심에 사각 형태로 가늘고 길게 쌓아 올린 '너를 위한 광장'은 긴장된 상태로 세워 기억의 연약하고 불명확한 속성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2전시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과 자연 현상을 여성 작가의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한 조소희·김윤수의 드로잉과 설치로 구성했다.

조소희의 'Daecheongho Museum of Art where…'는 가늘고 연약한 실들이 노동집약적인 작업 과정을 통해 서로 맞물려 넓은 공간을 채우고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과 노동의 과정으로 엮인 실선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매 순간 다르게 겹쳐 보이면서 보는 이를 사색의 길로 인도한다.

김윤수는 오랜 시간과 자기수행의 방식으로 현실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시공간의 경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바람이 밤새도록 꽃밭을 지나간다'는 바람 드로잉을 360장 인쇄해 쌓아 올리거나 아코디언 형태의 종이 위에 그리고 그 옆에 꽃이 핀 평원을 섬세하게 드로잉 한 작품이다.

3전시실에선 시대의 환경과 상황이 담긴 지층과 같이 현재의 삶과 사회의 모습을 작품에 담은 김윤경숙·이수진의 작품들이 기다린다.

김윤경숙은 개인의 비극이 단지 개별적 문제로 끝나지 않고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음을 시사한다. 선 긋기 혹은 바느질, 비닐테이프 붙이기 같은 반복 행위를 통해 은폐·망각돼 가는 개인과 사회 간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샹들리에 유리장식에 붉은 선을 촘촘히 채워 넣은 '그날'과 붉은색 테이프로 벽면을 감싸고 다시 뜯어 원상태로 돌리는 과정을 기록한 '망상의 침몰' 속 반복적 행위는 개개인 삶의 상처에 대한 위로이자 시대의 아픔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외침이며 의식이다.

이수진은 도시화가 진행되는 공간 속 시간성과 서사성에 관심을 두고 폐유리, 나일론 실 등 산업화 사회의 잔여물들로 다양한 설치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 출품작 'Glass Landscape'는 청계천 유리와 수공상점 주변에서 수집한 자투리 유리들을 마치 잔디밭이나 이끼처럼 설치했다. 이는 청계천 처럼 급속한 산업화로 변화의 진통을 앓은 서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6월 9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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