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칼럼]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아이에게 어떤 지시를 내릴 때 부모들은 흔히 적어도 세 번 정도는 말한 다음에 아이가 움직일 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삼 세 번' 이라는 이상한 관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 번 지시해도 듣지 않는 습관을 길러주는 잘못된 방법이다. 따라서 동일한 지시를 두 번 이상 반복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아이에게 세 번째 지시를 듣고 순종할 능력이 있다면 단 한 번만 듣고도 얼마든지 순종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세 번 정도는 들어야 순종하는 아이는 은연중에 부모가 그렇게 하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그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아이가 단 한 번 만에 순종하도록 가르치지 않으면서 부모는 별 생각 없이 아이에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훈련시켰다. 부모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순종하도록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마침내 부모가 농담이 아니라 진정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만한 신체적 변화나 움직임을 찾아내고서야 마지못해 순종한다.

부모의 가엾고 애처로운 신체 변화나 움직임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협박하는 듯한 자세로 손을 들어올린다/ 회초리를 가지러 간다/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눈빛이 매서워지며 성까지 붙여서 힘 있게 이름을 부른다/ 이를 악물고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꺼낸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고 눈알이 튀어나오며 목소리를 내리 깔고 말을 더듬거린다/ 목에 핏발이 서기 시작한다/ 분노가 폭발하여 소리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정말이야, 그런 식으로 날 쳐다보지 마라, 좀 맞아야겠니?, 그래  이제 혼 좀 나야겠구나,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기만 해 봐라,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줄 거야, 내가 거기로 가기만 하면 정말 혼날 줄 알아라.' 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더구나 이런 부모는 반복적으로 '~을 수백 번도 더 말했어/ ~을 얼마나 더 많이 말해야 되겠니?/ ~을 다시는 말하지 않겠다.' 등의 말을 늘어놓게 된다. 거칠게 말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오로지 거친 말에만 반응하도록 길들이는 행동일 뿐이다. 아이들이 거칠거나 엄한 어조로 명령을 내릴 때에만 반응한다는 그 사실은 우리가 내리는 다른 모든 명령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문제는 부모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모든 지시를 조용하게 단 한 번만에 내림으로써 아이들을 충분히 다시 훈련할 수 있다. 꼭 기억할 것은 우리 아이들이 곧바로 순종하지 않더라도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다분히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선택하는 훈련 방식의 산물임을 명심하자. 이를 위해 부모는 자기훈련과 일관성을 갖출 수 있도록 단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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