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충북도교육삼락회가 창립 반세기를 맞았다. 사단법인 퇴직교원단체로 그동안 학생선도와 학부모교육 학교교육지원 평생교육봉사 국가발전과 공익 증진 등, '배우는 즐거움·가르치는 즐거움·봉사하는 즐거움' 구현을 위한 삼락(三樂)의 역사다. 지난 2월부터 22대회장(필자) 체제로 출발하면서 오랜 타성 벗기, 신뢰관계 구축이 먼저란 걸 깨달았다. 되짚어 보면 현재의 회원(퇴직교원)들이 교육현장에서 우리나라 60~70년대 사도 문패를 달굴 즈음, '교육은 곧 성적 올리기'였다. 상대적으로 평가(지필시험) 횟수도 잦았다. 점수와 진학·취업 역시 당시 상황을 대변한다.

지금처럼 교육의 황폐화·인권 차별 등 갑론을박도 전혀 없었다. 그랬던 학생들, 벌써 조부모 세대가 돼 황혼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일하는 딸·며느리 대신 어깨에 덕지덕지 파스를 붙여가며 손주 돌봄 속앓이다. 일종의 격대(隔代) 교육, 받아쓰기 몇 개 틀렸다고 아이를 달달 볶는 걸 보며 갈등한다. '착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라'던 최고의 덕목을 잊은 무조건 100점 공습경보야말로 일찌감치 동심 균열 중이다. 대부분 오르는 일에만 골몰하느라 미처 내려갈 지혜를 헤아리지 못한 인성의 빨간 불, 위험도박을 계속할 셈인가.

근래 교육에 대한 만만찮은 과제들이 연일 특집으로 메워지고 도전의 격앙은 교직을 이어오는 동안 낯설지 않은 추임새였다. 분명 변해야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추상적인 모호성에 사로잡힌 채 갈망마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인성과 창의력에 대한 일종의 압박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교학상장(敎學相長) 말고는 탈출구가 없다. '창조적 인적 자본'은 곧 미래를 향한 날개다.

선생님 보다 더 높은 사람이 교육을 쥐락펴락해선 안 된다. '툭하면 학교와 선생님을 물고 늘어진 막가파…' 인성의 증류나 마찬가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자녀들 액면 모두 학습한다. 일찍이 초라한 쇠퇴를 대물림하는 꼴이다. 공식대로 정답을 얻기 힘든 교육미션, 그만큼 회임기간도 길지만 자율 역량 토양의 중요성 때문일 게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마다 관계를 통해서 공감과 해결에 닿는다. 장벽이 높을수록 권위·존경도 덩달아 낭패하기 쉽다. 교육은 유·무형의 지식창출 및 활용을 통해 평생 조화까지 이뤄내므로 100년 합작이 필요하다. 평생 몸담아 온 교육계 선배들 지나가듯 던진 훈수도 더러는 도움 될 때가 있다. 비록 빛바랜 흑백사진에 불과하지만 고루한 폄훼에 앞서 황혼 육아를 '경험자 우대 손 길'로 본다면 학교교육 역시 현·전직교원의 모둠과제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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