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이미선·문형배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를 발표하면서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 전자결재로 두 헌재 재판관 임명을 결재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인청보고서 없이 임명한 장관급 고위 공직자는 15명으로 늘었다. 헌재 재판관으로는 지난해 9월 이석태·이은애 헌재 재판관에 이어 4명째다. 문형배 재판관의 경우는 집권여당이 법사위 회의를 보이콧해 인청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정권에서도 있긴했지만, 이처럼 국회 인청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고위 공직 후보자를 서슴없이 임명 강행하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나아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남용하는 폭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위헌심사와 탄핵 재판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없이 강행한 것은 사법부 독립에도 결정적 해악을 줄 것이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불과 열흘 전인 지난 9일에도 야당의 반대로 국회 인청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을 거론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인사권을 통해 의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의 무력화, 즉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다.

특히 이미선 재판관의 경우 주식투자를 통해 쌓은 부와 사법권력과 헌재재판관의 명예를 함께 누리겠다는 욕심에 많은 국민들이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민정서까지 무시한 사례다.

이처럼 독선적 권력 행사를 반복하는 것은 사법부를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로 채워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진다. 두 재판관 임명으로 헌법재판소에는 법조계의 신 주류로 등장한 우리법·인권법 연구회 출신이 4명으로 늘었다.

사법부 코드 인사로 인해 정국경색이 초래되고 다수 국민들이 등을 돌리더라도 국정을 운영해나가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이번 인사를  ‘좌파독재’로 규정하고 20일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첫 장외집회에서 인사추천검증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경질을 요구했지만, 이른바 ‘조조라인’교체 요구는 번짓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검증의 실패가 아니라, 인사권자가 코드만 맞으면 과거 행적은 불문에 부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련의 인사강행으로 인해 초래되는 정국경색의 책임은 온전히 문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다. 지금은 미북정상회담 결렬과 북한 비핵화 진행의 지지부진, 실물경기 침체와 일자리 대란, 안보불안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위기 상태다. 야당과 국민의 협조와 지지를 이끌어내도 힘든 판에 코드에만 집착하고, 오히려 정치적 갈등을 극대화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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