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신원 前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목요사색] 권신원 前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장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있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속담으로 말을 함에 있어서 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또는 반대로 화를 입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얼마 전 반가운 지인과 만나 식사와 함께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름 점잖게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에 큰 소리의 욕설과 비속어들이 들려왔다. 바로 건너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우리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였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들이 속사포 같이 귀를 때렸다. 아무 이유 없이 그 사람들의 대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에 상당히 불쾌했다. 자리를 만든 나로서는 지인에게 너무나 민망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식당이라는 다중이용 장소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차지한 자리에서 맘껏 떠들고 목청 높여 욕설을 뱉어내는 건 그 사람의 권리인 것이 당연하지만, 나 또한 그런 듣기 싫은 소리를 듣지 않을 권리는 분명히 있다. 종종 이런 경우를 경험하게 되는데 권리를 따지기 보다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배려가 상실된 사람들은 주변에 누가 있든 간에 심지어 미성년의 학생이나 어린 아이가 있어도 하고 싶은 말들을 여과 없이 내뱉는다. 청소년들의 좋지 않은 언어습관이 어디에서 왔을지 생각해 볼 문제다.

교육부가 지난해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 중 유형별로 분류했을 때 언어폭력이 42.5%로 가장 피해가 많았고, 그 다음이 신체폭행(17.1%), 집단따돌림(15.2%) 등이 뒤를 이었다. 말 한 마디가 주는 상처가 이처럼 심각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장난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에서 상사로부터 당한 갑질 유형 중 폭언 등의 언어폭력이 37.6%로 조사되어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기업 또는 조직 내의 언어폭력 또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절반 이상(57.6%)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이 돼서 문제 삼지 않고 참는다는 것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업장 뿐 아니라 사내 메신저와 SNS 등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언어폭력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한다. 직장 내 언어폭력이 줄어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에 담긴 의미처럼 말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의미를 담을 수 있는지는 모두가 잘 안다. 말의 힘과 영향을 생각한다면 말을 함부로 내뱉지는 못할 것이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누군가는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 뱉은 말을 듣게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좋은 말을 쓰도록 항상 노력하자. 좋은 말을 쓰는 사람이 곧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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