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우리가 무엇인가를 판단할 때에는 반드시 기준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삶의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자신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들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순간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준은 진짜 기준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은 너무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내가 가진 기준이 진짜 기준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전쟁 준비에 앞서 사무엘은 사울을 불러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자신이 함께 합류하여 번제를 드릴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다.

그런데 약속했던 시간이 다 지나도 사무엘은 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블레셋 군대도 저 맞은편 진영에 모여서 전쟁 준비를 거의 다 마쳐가고 있었다. 사울 왕의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져 갔다. 설상가상으로 사기가 꺾인 군사들마저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울은 사무엘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나서서 하나님께 직접 번제를 올린다. 그가 제사를 마칠 때 쯤 사무엘이 도착하여 그 모습을 보고서는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다’라고 말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울은 자신의 생각이 곧 기준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왕으로써 이스라엘 민족의 승리를 바라보며 판단한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결정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 상황에서 기준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 기준은 아무리 이스라엘의 왕이라 하더라도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야 했다. 사무엘이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블레셋 군대의 전쟁준비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의 변화로 인해서 기준을 바꾸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 때문에 기준을 바꿔야 한다면 그 기준은 처음부터 기준이 아닌 것이다.

기준은 말 그대로 기준이다. 상황이 변하더라도 시대가 변하더라도 기준은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기준을 세울 때에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매우 신중하게 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끝에 한 번 내 인생의 기준을 세웠다면 이제 그 다음의 일들은 아주 수월하게 해결된다. 왜냐하면 내 인생의 중요한 선택과 결정 앞에서 요동치는 내 마음의 생각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이 기준을 따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받은 많은 스트레스 중에 대부분은 선택에 관한 문제들이 요인이 된다. 무엇을 선택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 될 때마다 우리는 그 중압감과 책임감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이 있는 사람은 그러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아무리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라도 내 인생의 기준을 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 인생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무엇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내가 완전히 의지할 수 있는 그런 기준 말이다. 인생의 기준을 세우라. 어떠한 순간에라도 내 인생의 모두를 걸어도 될 만큼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기준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라.

그런 후에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다 보면 이 기준의 존재가 얼마나 나에게 큰 힘과 위로와 안식이 되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행복은 반드시 위대한 업적으로부터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삶의 노력과 실천이 우리가 놓쳐왔던 많은 행복의 요소들을 우리에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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